[별 볼일 있는 OTT] 얼떨결에 '언니의 황후 자리' 앉아버린 16세 소녀

입력 2022-10-24 18:02   수정 2022-10-25 00:25

왕관의 무게를 견딜 것인가, 자유를 선택할 것인가.

600년 역사를 자랑하는 합스부르크 왕가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황후를 꼽자면 엘리자베트 폰 비텔스바흐(1837~1898)를 들 수 있다. 그는 173㎝의 키와 빼어난 미모, 우아하고 기품 있는 분위기, 이와 더불어 자유분방한 성격과 행동으로 화제를 몰고 다녔다. 하지만 왕족으로서의 운명과 여기에서 벗어나고 싶은 자유 사이에서의 갈등을 멈출 수 없었고 끝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했다. 억압적인 황실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다가 어느 무정부주의자로부터 암살을 당했다.

그의 성격과 삶 자체가 워낙 한편의 영화 같아 오늘날 다양한 콘텐츠로도 만들어지고 있다. 어렸을 때의 별칭 ‘시시(Sisi)’를 제목으로 삼은 영화 ‘시시’ 3부작이 오스트리아에서 제작됐고, 올해로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엘리자벳’도 엘리자베트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25일부터 내년 3월 1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합스부르크 600년-매혹의 걸작들’ 전시에서도 아름다운 엘리자베트의 초상화들을 감상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황후 엘리자베트’(사진)는 그의 고뇌를 누구보다 깊숙하게 파고든다. 지난달 공개된 ‘황후 엘리자베트’는 독일에서 제작된 작품이다. 총 6부작으로 구성됐으며, 배우 데브림 링나우가 엘리자베트 역을 맡았다.

작품은 엘리자베트의 삶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인 결혼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엘리자베트는 이종사촌인 프란츠 요제프의 아내다. 당시 황실에선 혈통의 순수성을 유지하기 위해 근친혼을 했다. 결혼 과정도 독특하다. 원래는 엘리자베트의 언니인 헬레네가 황후가 될 예정이었으나, 엘리자베트가 두 사람의 상견례에 따라갔다가 황제의 마음에 들게 됐다. 이후 황제가 헬레네가 아니라 엘리자베트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하며 두 사람은 부부의 연을 맺게 된다.

작품엔 어머니인 조피 대공비의 간섭에 답답함을 느끼던 프란츠가 자유로운 성격의 엘리자베트에 반하는 과정, 두 사람이 서로 강한 이끌림을 느끼는 장면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둘의 사랑 이야기만 보자면, 황실 드라마라기보다 청춘 남녀의 풋풋한 로맨스물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결혼 이후의 삶이 본격적으로 다뤄지며 분위기가 전환된다. 엘리자베트가 결혼했을 당시 나이는 고작 16세였다. 왕관의 무게를 오롯이 알기 어려웠음을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엘리자베트는 자유분방하고 승마와 시 쓰기 등을 즐겼던 주체적인 여성이었던 만큼 갑갑한 왕실 생활에 쉽게 염증을 느끼게 된다. 특히 그는 보수적인 시어머니와의 대립으로 괴로워한다. 그리고 이 갈등이 깊어질수록 더욱 열렬히 자유를 갈망하게 된다. 작품은 초반부터 조피 대공비와 엘리자베트의 뚜렷한 견해 차이와 치열한 대립을 통해 캐릭터 간 팽팽한 긴장 관계를 이어간다.

작품은 황후의 사적인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제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기 전까지 오스트리아를 둘러싼 여러 국제 정세의 변화, 이를 둘러싼 황실 내 갈등과 이권 다툼, 국민의 고통, 암살 시도 등 당시의 다양한 정치·사회적 문제를 함께 다뤄내 깊이를 더한다. 자유로운 삶을 원하던 엘리자베트 역시 국민의 고통 앞에선 책임감 있고 따뜻한 황후의 모습을 보여준다.

작품을 보는 내내 시각적인 즐거움도 크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화려하고도 아름다운 궁전 생활을 고스란히 재현한 세트 구성에 감탄이 나온다. 시즌2가 나올 가능성도 크다. 엘리자베트가 새로운 결단을 내리는 장면으로 끝이 나며 다음 이야기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어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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