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블러(big blur)’. 최근 금융업계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말이다. 디지털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산업 간 경계가 희미해지는 것을 뜻한다.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는 결제 송금뿐 아니라 예금 대출 보험 등 금융 서비스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정부도 금산분리를 완화해 은행 등 금융회사의 정보기술(IT) 산업 진출을 허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금융 분야에서 빅블러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은행 보험사 카드회사 등 전통 금융회사도 빅테크의 공습에 맞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해 왔다. KB·신한·하나·우리·농협금융 등 금융지주는 모든 계열사 서비스를 하나의 앱에 담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 삼성 계열 금융사는 삼성금융네트웍스라는 공동 브랜드를 출범하고 네 개사의 서비스를 한 곳에서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앱을 출시하기도 했다. 카드사들도 빅테크의 간편 결제 서비스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으로 간편 결제 서비스를 내놓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빅블러 현상이 갈수록 빨라지면서 소비자의 편의성이 높아지고 금융 분야에서 더 많은 혁신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5일 경기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카카오 서비스 중단으로 카카오페이의 송금·결제 등 일부 연계 금융 서비스가 먹통이 되면서 이런 우려는 현실화했다. 비금융업자의 리스크가 언제든지 금융권으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IT 기업 등 비금융업자가 금융업에 진출하거나, 반대로 금융사가 핀테크 등 IT 분야에 진출하는 일이 점점 많아질 수밖에 없어 비슷한 금융사고는 더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것은 막을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시장에선 정부가 금융 분야 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비금융업계와 금융권, 금융당국도 빅블러 리스크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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