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NLL까지 넘어온 北 미사일, 최악의 도발에 대비해야

입력 2022-11-02 17:39   수정 2022-11-03 07:39

북한이 어제 동·서해상으로 무더기 미사일 도발을 한 것은 이전과는 또 다른 차원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네 차례에 걸쳐 25발가량 잇달아 쏜 것도 유례가 없고, 그중 한 발은 북방한계선(NLL) 이남 26㎞, 속초 동쪽 57㎞, 울릉도 서북쪽 167㎞ 지점에 떨어졌다. 북한이 해안포와 방사포를 NLL 이남으로 쏜 적은 있으나 탄도미사일은 처음이다. 비록 공해상에 낙하했지만, 영해 코앞에 떨어지면서 울릉도에는 6·25 남침 후 첫 공습경보가 발령되는 일까지 일어났다. 이뿐만 아니라 북한은 강원 고성 일대에서 동해 완충구역에 100여 발의 포탄도 쏴 9·19 군사합의를 또 위반했다.

북한의 미사일이 비록 우리 영해는 침범하지 않았으나 대한민국을 노린 노골적인 무력 행사라는 점에서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도발 수위가 점점 공세적으로 치달으면서 언제 미사일이 우리 머리 위로 날아올지 모르는 위중한 상황이다. 동·서해 각 지역에서 다종의 미사일을 섞어 쏘면 요격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북한의 도발 명분은 한·미의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 훈련이다. 박정천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미사일 도발 직전 담화를 내고 한·미가 북한을 겨냥해 무력을 사용할 경우 “가공할 사건에 직면하고 사상 가장 끔찍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앞서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도 “대가를 치를 것” “보다 강화된 다음 단계 조치들을 고려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은 올해 들어서만 30번 넘게 도발을 자행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주일 미군기지를 염두에 둔 실사거리 미사일을 쐈고,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도 했다. 한·미 훈련은 여기에 대응하는 방어훈련이다. 적의 위협이 코앞에 닥쳤는데 훈련을 하지 않는다면 국가의 기본 임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북한이 이를 문제 삼은 것은 도발 구실일 뿐이다.

문제는 북한이 이 수준에서 끝내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위협성 경고로 받아들인다면 그것부터가 큰 실수’라고 한 것은 더 큰 도발을 예고한 것이다. 지금까지 이런 류의 북한의 협박이 공갈로 끝난 적은 없었다. 예고된 7차 핵실험과 ICBM 실사거리 발사뿐만 아니라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휴전선 목함 지뢰 폭발과 같은 허를 찌르는 기습 도발도 감행할 수 있어 만반의 대비가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실질적 영토침해 행위”라며 도발에 대가를 치르도록 엄정한 대응을 지시했고, 우리 공군 전투기들이 출격해 공대지미사일 3발을 동해 NLL 이북 공해상으로 발사했다. 북한 도발에 상응하는 적절한 조치다.

그러나 수위를 높여가는 북한의 폭주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북한이 7차 핵실험으로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한다면 우리를 겨냥한 전술핵무기는 실존적 위협이 된다. 북한이 담화에서 언급한 ‘무력의 특수한 수단들 실행’은 이런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북한이 미국의 주요 전략자산인 원자력 추진 잠수함까지 한국에 들어와 있는데도 도발을 자행하는 것을 보면 한·미 훈련만으로 억지력을 발휘하기 어렵게 됐다. 그런 만큼 북한이 진짜 겁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훈련 강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전술핵 재배치든 나토식 핵공유든 미 전략자산 상시 순환배치든 북한 핵 억제를 더 강화하는 실효적인 방안을 강구할 때가 됐다. ‘친일안보’ 따위의 소모적인 논쟁을 일으킬 때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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