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수집이 숨겨야할 취미인가요?…제 컬렉션부터 공개합니다"

입력 2022-11-09 18:41   수정 2022-11-11 10:01


미술품의 가치를 가장 잘 알아보는 사람은 누굴까. 평론가나 큐레이터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상당수 전문가는 컬렉터를 첫손에 꼽는다. 자기 돈을 써가며 미술품을 사들이는 만큼 열심히 공부하고, 꼼꼼히 살필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컬렉터들이 미술계에 끼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영국 테이트미술관은 수집가 헨리 테이트(1819~1899)의 작품 기증으로 탄생했고, 구겐하임미술관을 세운 페기 구겐하임(1898~1979)은 살바도르 달리와 잭슨 폴록 등을 후원해 현대미술의 흐름을 바꿨다.

서양에서는 컬렉터들이 존경받는 문화가 있지만, 국내에선 다르다. 미술품 수집을 사치나 투기로만 보는 시선이 여전해서다. 변원경 전 아트부산 대표(50·사진)가 최근 서울 압구정동에 전시공간 ‘에이비컬렉션스’를 연 것은 이 같은 풍토를 바꾸기 위해서다. 변 대표는 아트부산이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 버금가는 아트페어로 성장하는 데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그 전엔 독일 베를린에서 10년 넘게 화랑을 운영했다.

에이비컬렉션스는 개인 컬렉터들로부터 빌린 작품을 전시한다. 입장료는 없다. 굳이 작품을 팔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소장품을 전시하고 입장료를 받는 미술관도 아니고, 소속 작가의 작품만 전시·판매하는 전통적인 갤러리도 아니다. 전시장만으론 아무런 수익을 낼 수 없다. ‘돈 먹는 하마’가 될 수도 있다.

변 대표는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대규모 미술품 기증 이후 컬렉터를 보는 시선이 조금 좋아졌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컬렉터들이 존중받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컬렉터들의 작품을 무료로 전시하는 공간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림 수집은 숨겨야 할 취미가 아니란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나의 컬렉션부터 공개했다”고 덧붙였다.

개관 전시에는 독일 추상표현주의 작가 귄터 포그(1952~2013)의 작품 16점이 나왔다. 회화·사진·조각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든 거장이다. 지난 9월 ‘프리즈 서울’에서 해외 유력 갤러리 4곳이 포그의 작품을 출품하면서 국내 인지도도 높아졌다.

포그를 조명하는 전시가 국내에서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출품작은 모두 변 대표의 소장품이며, 판매하지 않는다. 전시 관람은 무료이며 내년 2월 24일까지 열린다. 이 기간 전시 작가에 관한 토론과 강의 등도 개최될 예정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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