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9일 해양·수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모래주머니’ 규제 83개를 풀어 5년간 1조5000억원의 민간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항만 배후단지에서 제조업과 물류업 병행을 막는 입주기업 규제를 풀어 부산항 등 국내 항만을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처럼 제조·물류 복합산업단지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해수부는 우선 국내 항만의 고질적 한계로 지적된 저(低)부가가치 구조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연간 약 2200만TEU(1TEU=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가량을 처리하는 부산항은 물동량 기준으론 세계 5~6위권이다. 하지만 2019년 해수부 조사에 따르면 부산항이 창출한 부가가치는 6조원 수준으로, 10위권인 네덜란드 로테르담항(14조3000억원)의 40% 수준에 불과하다.
해수부는 국내 항만이 물류 기능에만 치우쳤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2020년 기준 국내 항만배후단지 입주기업의 58%가 물류업으로 화물 운송이나 하역, 창고 운영에 그치고 있다. 로테르담항 등 선진국 항만은 항만 터미널 배후에 원자재·중간재를 활용한 제조 공장, 선박수리 단지, 해양 금융·법률 컨설팅 업체 등 해운·항만 파생 산업이 밀집해 있다.이에 따라 해수부는 제조업과 물류업 병행을 막는 입주기업 규제를 풀어 겸업을 허용하기로 했다. 외국에서 원단을 수입하는 물류 업체가 자체 공장을 통해 완제품인 의류까지 만들어 추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게 가능해지는 것이다. 기존엔 일반업무시설, 주거·숙박 등 항만 근로자 지원 시설만 입주 가능했던 2종 항만배후단지엔 위험·유해시설을 제외한 모든 시설의 입주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아파트형 공장, 주거와 상업이 결합된 복합업무시설 입주가 가능해진다. 민간 개발사업 시행자에 대한 국유재산 특례기간도 20년에서 30년으로 늘린다.
해수부는 규제개혁으로 2021년 367만TEU였던 항만배후단지 물동량이 2027년 545만TEU로 50%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항만 배후단지 입주기업 수도 233개에서 409개로 늘고, 2027년까지 약 1조5000억원의 민간투자 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승환 해수부 장관은 “로테르담항 등 선진항만에서는 배후단지에서 제조업이 가능해 화물이 창출된다”며 “이런 사례를 부산항을 비롯한 전국 항만에 많이 도입해 항만을 고부가가치형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레저관광 산업 규제도 대거 푼다. 여객 사업자와의 이해 충돌 우려로 허용되지 않았던 호핑투어를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는 섬에 기항하지 않는 단기 투어만 가능했지만 섬과 섬을 오가며 스쿠버다이빙과 섬관광을 연계한 상품 개발이 가능해진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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