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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빠지게 기다렸다'…문학기자들 애태운 한 권의 책 [구은서의 요즘 책방]

입력 2022-11-10 15:04   수정 2022-11-10 15:15


요새 언론사 문학담당 기자들 사이에는 '애증의 책'이 한 권 있습니다.

언론사에는 매주 신간이 100권가량 배달됩니다. 사람의 관심이란 매우 희소한 재화입니다. 서점의 수많은 책들 중에서 독자의 이목을 끌기는 쉽지 않죠. 그래서 출판사들은 서평 기사를 기대하며 언론사 출판·문학기자들에게 취재용 신간을 제공합니다. 보통 새 책을 찍자마자 언론사별로 한 권씩 보냅니다. 기자들은 서점에 책이 풀리기 며칠 전에 신간을 살펴봅니다.

무수한 경쟁 책들, 언론사마다 다양한 관점…. 문학담당 기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나의 책에 관심을 쏟는 건 흔한 일이 아닙니다.

주인공은 바로 지난달 말 출간된 신형철 문학평론가의 신작 <인생의 역사>. 신 평론가가 ‘공무도하가’, 김수영의 ‘봄밤’, 윌리엄 셰익스피어 ‘소네트 73’ 등 동서고금의 시 25편을 읽고 쓴 책입니다. 시에 대한 평론과 에세이 사이를 오가는 글들입니다.

신 평론가의 4년 만의 새 책이에요. 신 평론가는 평론집 <몰락의 에티카>, 산문집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등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죠. 저도 다른 분야를 담당하는 동료 기자들로부터 이 책 출간 전부터 "혹시 신형철 평론가의 새 책 언제 나오는지 아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출판사(난다)에서는 지난달 취재용으로 언론사마다 <인생의 역사>를 한 권씩 배송했죠. 문학기자들은 이 책을 사수하느라 난리가 났습니다.

모 신문사 문학기자는 "문화부 자리에 책을 뒀더니 다른 분야 기자들이 책을 살펴보고 싶다고 찾아오거나, 심지어는 말 없이 책을 빌려가는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서점에 책이 깔리기 전에 신문사에 책이 도착해 있으니 얼른 펼쳐보고 싶었던 걸까요.

또 다른 언론사의 문학기자는 "얼마 전 다른 분야를 담당하는 기자들이 '이 책을 사서 읽는 중인데 내용이 좋으니 서둘러 서평을 써달라'고 했다"며 "새삼 신 평론가의 인기를 실감했다"고 말하더라고요.

책 읽는 사람들이 갈수록 귀합니다. 한국 문학 독자 수가 줄고 관련 논의가 위축되면서 '평론의 위기'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려옵니다. 그런 와중에도 신 평론가의 글은 여전히 언론사 안팎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어요. 책은 출간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벌써 2만 부가량 나갔다고 하네요.


2008년 그의 첫 평론집 <몰락의 에티카>가 출간된 후 벌써 10년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두 번째 평론집을 기다리는 독자도 적지 않아요. 사실 그는 마감을 지키지 않는 평론가로 악명이 높죠. 특유의 완벽주의 성향 때문에 글을 수없이 고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두 번째 평론집을 내기로 한 출판사 문학동네에는 종종 그의 평론집 출간 소식에 대한 문의가 들어온다고 합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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