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증시 붕괴론과 외환위기설…결국은 허구였나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입력 2022-11-13 17:12   수정 2022-11-14 00:32

코로나 사태 이후 한국 경제를 더 어렵게 했던 것이 ‘증시 붕괴론’과 ‘외환위기론’이었다. 코스피지수는 1000선 밑으로 추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1500원 이상으로 급등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코스피지수는 3200선 넘게 급등했고 원·달러 환율은 1080원대 초반까지 급락했다.

지난 9월 이후에도 같은 상황이 발생했다. 중국 부동산 디폴트설, 영국발 금융위기 우려 등에 편승해 코스피지수는 1800선 밑으로 떨어지고 원·달러 환율은 2000원 선까지 급등한다는 비관론이 득세했다. 아직 진행 중이지만 이번에도 코스피지수는 2500선에 다가섰고,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 초반까지 하락하고 있다.

경기 예측의 목적 중 하나는 경제주체를 안내하는 역할이다. 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예측 오차율이 실적에 크게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 비관론이 틀려도 너무 자주, 큰 폭으로 틀리면 아예 안 믿을 수밖에 없다.

‘무용론’이 나올 만큼 예측력이 떨어지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과거와 달리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아졌다. 증시 붕괴론자와 외환위기론자들이 의존하는 트렌드 분석은 현재와 과거의 역사적 자료 또는 추세에 근거해 미래 변화를 투사하는 예측기법이다. 일련의 데이터에 연장선을 긋는 방법으로 추세를 예측하고, 이 과정에서 수학적·통계적인 방법을 활용한다. 주가, 환율 등 가격변수 등을 예측하는 데 많이 활용된다.

코로나 이후 경제행위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지고 시스템이 무너진 조건에서는 예측에 필요한 시계열 자료에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가변수(dummy)’를 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너무 많은 가변수를 쓰다 보면 예측치는 실제와 크게 다르게 나온다. 트렌드 분석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예측자의 정성적 판단, 즉 직관적 기법이 활용된다. 이 과정에서 예측자의 목표, 선입견이 무의식적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다.

유튜브, SNS 등이 활성화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 군집성 기법은 비관론일수록 예측을 크게 틀리게 하는 요인이다. 군집성 기법이란 전년도에 예측을 잘한 사람의 시각으로 다음 연도 예측이 쏠리는 현상을 말한다. 유튜브와 SNS의 클릭 수를 감안해 붕괴, 위기 등과 같은 극단적인 표현을 동원한다.

이는 우리 국민처럼 우리 경제를 냉소적으로 보는 여건에서는 더 심하게 나타난다. 유엔에 따르면 한국 국민의 행복지수는 조사대상 146개 국가 중 59위였으나 공포와 불안의 민감도를 나타내는 디스토피아지수는 101위로 훨씬 낮다. 예기치 못한 사건만 터지면 곧바로 위기설이 고개를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증시 붕괴론자와 외환위기론자들이 애용하는 예측 기법이 자체 함정을 갖고 있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클수록 한계가 드러난다는 점이다. 이른바 △트렌드 분석 함정 △심리적 편향 함정 △고정관념 함정 △자기 과신 함정 △기억력 함정 △신중함 함정 △증거확인 함정 등 ‘루비니·파버의 7대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예측 기관과 개인도 경기 과열을 경계하고 불황일 때에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자동안정조절기능(stabilizer)’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안내판 역할을 해야 할 기관이 경기가 과열일 때 미래를 더 좋게 보고, 경기가 나쁠 때 더 비관적으로 예측해 경기의 진폭이 커진다면 그만큼 경제는 더 어렵게 된다. 코로나 이후처럼 경기와 증시 판단이 어려워질수록 각국이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경기판단과 예측 방안을 고안해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우리도 참조할 필요가 있다. 증시 붕괴론자와 외환위기론자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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