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들어 세 차례에 걸쳐 부동산 규제 지역(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에서 대거 해제된 지방의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분양가 재산정 여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규제 지역에서 벗어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高)분양가 통제’를 받지 않는다. 이미 HUG의 고분양가 심사를 받았더라도 분양가를 재산정해 가격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미분양 주택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분양가를 더 높이면 미분양 리스크(위험)만 커질 수 있다는 게 조합들의 우려다.
HUG는 고분양가 관리 지역(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내 분양 보증 심사 때 비교 사업장 분양가와 인근 시세 등을 고려해 분양가의 적정성을 판단한다. 선분양 단지에 대해 분양가가 일정 기준보다 높으면 보증을 거절하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통제한다.
통상 HUG의 고분양가 심사를 받으면 분양가는 주변 시세 대비 10~15% 낮게 책정된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부산 남구와 연제구는 2019년 2월 고분양가 관리 지역에서 해제된 뒤 1년 새 분양가가 20~30% 상승했다.
탄방1구역 인근 서구 용문1·2·3구역(둔산 더샵 엘리프) 재건축조합은 이미 분양가를 재산정해 본격적인 분양에 들어갔다. 용문1·2·3구역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 있던 지난 8월 HUG로부터 분양가 상한을 3.3㎡당 1802만원으로 통보받았다. 조합은 서구와의 협의를 거쳐 분양가를 3.3㎡당 1838만원으로 2%가량 인상했다. 조합 관계자는 “자금 여력이 취약한 조합원도 많기 때문에 분양가를 올려 조합원 분담금을 다소 줄였다”고 했다. 부산에서도 사상구 엄궁3구역 재개발조합이 분양가 재산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9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4만1604가구로, 1월(2만1727가구)에 비해 두 배로 급증했다. 특히 6월 유성구 등 4개 구가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된 대전은 석 달 새 미분양 주택이 약 세 배(523가구→1430가구)로 늘었다.
미분양 사태를 우려한 지방의 일부 아파트 단지는 고분양가 관리 지역에서 벗어났음에도 기존 HUG의 책정 분양가대로 분양에 나서고 있다. 9월 조정대상지역 규제에서 벗어난 울산 남구 ‘문수로 금호어울림 더 퍼스트’는 HUG가 제시한 3.3㎡당 2310만원으로 분양가를 정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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