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주 웰컴금융그룹 회장 "금융은 곧 신용…디지털 금융의 명가로 만들겠다"

입력 2022-11-16 16:14   수정 2022-11-16 16:16

“좋을 때도 우리 역량을 항상 생각하면서 ‘오버 슈팅’하면 안 되죠. 언제 위기가 올지 모르지 않습니까.”

창업 20주년을 맞은 손종주 웰컴금융그룹 회장(사진)은 지난 15일 용산 ‘웰컴금융타워’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이 같이 말했다. 손 회장이 2002년 그룹의 모태가 된 웰컴크레디라인대부를 설립한 지 20년만에 사옥을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용산으로 이전한 것이다. 손 회장은 올해 시중금리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금융권 위기에 대해 “우리나라 체력은 모든 금융사가 멈춰버렸던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때보다 많이 좋아졌다”며 “위기가 아직 정점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내년부터는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손 회장은 기업은행에 입행해 금융권에 첫 발을 내디딘 1974년부터 여러 차례 위기를 겪었다. 1998년 해외 법인장으로 근무했던 한국기업리스가 파산하자 그가 직접 해외 자산과 인력을 정리하면서 아시아 금융위기를 실감했다. 홀로서기 이후 10년여가 흐른 2008년엔 미국발 금융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탄탄한 재무 건전성을 유지해온 웰컴은 오히려 기회를 맞는다. 2014년 예신·해솔·서일저축은행을 인수해 웰컴저축은행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자본금 3000만원으로 시작한 대부업체가 32개 계열사를 거느린 자산 7조원 규모 금융그룹으로 성장한 비결에는 “금융이 곧 신용”이라는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손 회장은 20주년 창립 기념식에서 ‘초심불망(初心不忘)’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첫 날을 기억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부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습니까.

“국민소득 1만달러를 넘어서면서 소매 금융시장도 점차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제도권 금융회사들은 대부업에 진출할 수 없었지요. 개인 신용을 평가할 만한 데이터가 없었거든요. 신용평가(CB)가 없으니 은행에서 대출 상품을 만들기 어렵죠. 사각지대였습니다. 조그만 회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죠. 예전엔 대출이 1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신용정보를 공유 안해도 됐어요. 그래서 터진 게 카드 대란이었죠. 나중에 대출 정보를 다 합치고 봤더니 개인당 채무가 족히 1억원을 넘었죠. 그 이후 대부업법이 제정되고 50만원 이상 대출 정보를 금융사들이 공유하도록 개선되면서 대부업의 성장 토대가 마련됐습니다.”

▷단돈 3000만원으로 창업했는데요.

“대부업법이만들어진그해10월부터창업을준비해두달만인12월9일종잣돈 8억원으로영업을시작했죠.20일 영업하니까 대출자산이 3000만원이 됐어요. 업권이처음만들어졌으니대부분규모가작았습니다.자본금만으로는대출을늘릴수가없으니자금을조달해야잖아요.외부사람이보기에자금을빌려주려면‘신용은기본’으로갖춰야하는거고.그래서먼저회계법인에감사를받겠다고찾아갔어요.대출영업하나안한상태에서굳이할필요가없다고회계사가그랬죠.수수료가1000만원인데굳이하겠느냐고.그래도해달라고했습니다.그러니까수수료를 깎아서해주더라고요.”

▷그렇게 받은 회계감사가 도움이 됐나요.

“회사가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기회가 열렸습니다. 1기부터 매년 회계감사를 받았어요. 그 때만 해도 카드 사태 직후여서 금융사들이 대부업체에 돈을 안 빌려줬어요. 2004년말 자산이 100억원 언저리일 때부터 해외 투자자를 찾아나섰죠. 그러다 2005년말 미국 템플턴자산운용을 만났어요. 우리가 투자 요청을 했고 7~8개월 조사를 거쳐서 마크 모비우스 회장이 결정을 내렸어요. 1000만달러가 기본 투자단위여서 1000만달러를 약속했죠. 그런데 1000만달러를 다 받으면 지분율이 너무 높아지니까 나중에 책임경영이 안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일부러 550만달러로 낮췄지요. 그 때 우리 자산이 150억원 정도였습니다. 이 투자 이후 회사를 보는 외부의 시선이 달라졌죠.”

▷바로 2년 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왔지요.

“2006년 투자 유치에 성공한 그해 말 자산이 약 250억원으로 성장했죠. 2007년에도 500억원으로 두배 커졌죠. 그러다 갑자기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가 터졌어요. 그때 9월부터 10개월 동안 자금이 얼어붙었죠. 보유 자산이 40% 줄었어요. 고객으로부터 자금을 회수하는대로 우리가 돈을 빌린 금융사에 족족 갚아나갔죠. 이러다 회사가 망하면 직원들은 어떡하나 걱정도 많았지요.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딱 풀렸습니다. 그 때는 우리 경제가 나빴다기보다 미국의 시스템 문제였죠. 당시 웰컴이 업계에서 가장 지배구조가 투명하고 재무 건전성도 최고 수준이었어요. 자금 조달에 문제가 없다보니 오히려 2년 만에 5000억원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채권 추심은 어떻게 한 건가요.

“채권 추심보다 사전 심사를 잘한 거죠. 그리고 내부적으로 추심이라는 말은 쓰지 말라고 했어요. 추심(推尋)을 한자로 풀어쓰면 ‘쫓아가서 (돈을) 찾아온다’는 뜻이잖아요. 그게 아니라 고객 관리라고 해야죠. 제대로 빚을 상환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을 잘 찾아서 그 분에게 도움을 드려야 금융회사도 살아남는 거니까. 소득이 1000만원이 안 되는데 2000만원 쓰라고 빌려주면 안되잖아요. 소위 신용평가시스템(CSS)이라고 하는데 그 시스템을 계속 고도화해 가는 거죠. CSS를 구축한 것은 2009년. 그 전부터 내부의 데이터를 모아온 거죠. 이런 상황에선 연체가 많이 생기더라. 저런 고객은 대출 상환을 잘하더라. 그걸 계속 축적했죠. 그렇게 쌓인 데이터를 머신러닝에 가져다 쓴 겁니다.”

▷웰컴금융그룹의 미래상이 궁금합니다.

“개인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한 경험과 노하우를 잘 활용해야죠. 디지털 금융으로 넘어가면서 지급결제와 모든 서비스가 연결될 테니까 생태계를 계속 확장해나갈 겁니다. 물론 최근 구축했기 때문에 규모가 아직 작아요. 계열사들이 나름대로 전문성을 쌓고 하나의 생태계를 완성하는 게 저희 구상이죠.

▷앞으로의 숙제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우리나라 서민금융의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웰컴만의 진정성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여러 점에서 아직 초기 단계지만 우리가 보유한 역량을 잘 살려서 ‘서민금융 명가’를 만드는 게 숙제죠.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여간 우리는 서민금융에 있어서는 진심입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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