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밀톤 '붉은 벽' 불법 증축에…용산구 눈 감았나

입력 2022-11-17 18:18   수정 2022-11-18 01:00


해밀톤호텔이 이태원 참사의 피해를 키운 ‘붉은 가벽’을 증축하는 과정에서 어떤 인허가 신고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이유로 붉은 가벽은 4년 넘게 철거되지 않고 유지될 수 있었다. 용산구가 의도적으로 이 가벽의 불법성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는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불법 건물 증축을 둘러싼 용산구와 해밀톤호텔 간 유착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피해 키운 ‘붉은 가벽’
17일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해밀톤호텔은 2018년 붉은 가벽을 설치할 당시 용산구에 건축물 증축 신고를 하지 않았다. 건축법에 따르면 높이 2m를 넘는 옹벽 또는 담장은 기존 건축물에 붙여서 지을 경우 신고 대상이다. 신고 이후 지방자치단체는 해당 담장의 불법성 여부를 파악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고형석 법무법인 아이콘 대표변호사는 “지붕이 없으면 건축법에 따라 불법 여부를 따져야 하는 건축물이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기존 건축물(해밀톤호텔)에 붙여서 지은 공작물(붉은 가벽)은 2018년 세워질 당시 신고했어야 한다”고 했다.

만약 붉은 가벽을 2018년 신고했다면 철거됐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현행 건축법상 원활한 거리 통행을 위해 중대형 건축물(연면적 2000㎡ 이상)은 도로 경계선에서 3m 거리를 두고 지어야 한다. 해밀톤호텔의 연면적은 6790㎡다. 붉은 가벽은 도로 경계선에 맞닿아 있다. 이 가벽으로 골목길이 더 좁아져 사고 당시 인명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다.
불법 증축 눈 감은 용산구
신고와는 별개로 지자체가 불법 건축물을 잡아내는 과정에서도 붉은 가벽은 단속망을 피해갔다. 한경 취재에 따르면 용산구가 이 가벽의 불법성 여부를 판단한 것은 참사 이후가 처음이다. 구는 항공관측, 민원신고 등을 통해 불법 건축물 단속을 한다. 용산구 관계자는 “지붕이 없기 때문에 이 가벽은 항공관측에 잡히지 않았고, 민원신고도 지금까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구는 자체 현장 단속으로도 불법 건축물 단속에 나선다. 서울시의 ‘위반건축물 조사·정비 계획’에 따라 서울시 각 구는 중대형 건물에 대해 1년에 1회 이상 불법 증개축 단속을 한다. 용산구는 2018년 이후 최근 5년 동안 현장 단속을 했고 157건의 불법 건축물을 잡아내기도 했다. 용산구가 해밀톤호텔을 단속했음에도 붉은 가벽의 불법성 여부를 따지지 않았거나, 단속 자체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용산구가 의도적으로 해밀톤호텔에 혜택을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배경이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도 이 같은 혐의점을 파악하고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은 지난 9일 해밀톤호텔을 압수수색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호텔공간 2층 후면, 별관 1층, 본관 서쪽 불법 건축물(붉은 가벽)을 짓고, 해당 도로를 허가 없이 점용한 혐의를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산구·해밀톤호텔 ‘검은 유착’ 있나
특수본은 해밀톤호텔과 용산구의 유착 가능성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밀톤호텔 대표 이모씨(75)는 2020년 5월부터 지난 5월까지 2년간 용산복지재단 2대 이사장을 맡았다. 용산복지재단은 용산구의 역점 사업이었다. 기본재산 100억원 확보를 목표로 2016년 출범했고, 당시 용산구에 있는 다수 기업이 자금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30년 넘게 이태원에서 장사한 한 상인은 “현 해밀톤호텔 대표의 아버지 시절부터 용산구와 해밀톤호텔은 긴밀한 관계로 많이 알려졌다”며 “해밀톤호텔 일가는 지역 유지로 불린다”고 말했다.

구민기/장강호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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