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빈 살만 방한에서 집약적으로 확인된 한국 산업 경쟁력

입력 2022-11-18 17:55   수정 2022-11-19 00:10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국내 대기업 총수들 간의 회동은 한국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수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일이다. 이재용 삼성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 총수 8명을 한자리에 불러 모을 수 있는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의 영향력과 별개로 우리 기업들의 높은 위상과 세계 어떤 나라보다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빈 살만 왕세자가 다음 행선지로 예정했던 일본 방문을 전격 취소하면서 한국 기업들은 인류 최대의 역사(役事)로 꼽히는 ‘네옴시티 프로젝트’에서 월등하게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네옴시티는 총사업비 5000억달러(약 670조원)를 들여 서울 면적의 44배인 2만6500㎢ 사막과 산악지역을 최첨단 인공도시로 탈바꿈시키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황무지에서 미래 도시를 건설하는 작업이다 보니 전통 제조·건설업과 첨단 정보기술(IT) 사업의 결합과 융복합화가 필수적이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은 전자 반도체 자동차 등의 제품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과 차세대 이동통신, 사물인터넷(IoT) 등의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가 개인적으로 큰 관심을 가진 수소에너지, 원자력발전, 방산도 마찬가지다. 두산중공업과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주축이 된 한국의 원전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한국의 방산 산업은 폴란드에 20조원 규모의 수출을 성사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에 무기를 수출하는 유일한 아시아 국가로 성장했다. 한화디펜스가 생산하는 K9 자주포는 발사 성능 등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면서 가격은 미국, 독일 등의 동급 사양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신속한 제품 공급력은 다른 방산 수출국이 따라올 수 없는 차별적 경쟁력이다.

한국과 사우디는 1970~1980년대 중동 건설 붐을 통해 깊은 인연을 맺었다. 20세기 최대 역사 중 하나라는 사우디 주베일 산업항 공사를 정주영 회장이 이끈 현대건설이 어떻게 성공시켰나. 해발 300m 산 하나를 바다에 통째로 메우는 공법과 울산에서 만든 철골 구조물을 바지선에 태워 현지 조립하는 창발적인 공기 단축법 등이 사우디 정부를 매료시켰다. 당시 한국 예산의 절반 가까운 9조원의 수주액이 오일쇼크를 넘어 ‘한강의 기적’의 원동력이 됐음은 물론이다.

한국은 첨단·중후 장대 산업과 더불어 K팝, K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의 산업 경쟁력을 갖춘 국가다. 비록 지금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우리 경제와 산업이 이만큼 성장한 데는 세계시장을 안방처럼 휘젓고 다닌 기업들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사우디 왕세자의 방한은 앞으로도 우리가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는지, 공들여 키운 기업과 산업을 어떻게 보존하고 키워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명확하게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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