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파업으로 산업계 전반에 2조원이 넘는 막대한 피해를 안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또 총파업을 강행하면서 시멘트 업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11월은 본격적인 겨울을 앞두고 전국 공사 현장에서 시멘트 타설을 확대하는 극성수기여서 피해가 극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화물연대는 파업에 돌입하면 비화물연대 운송 차주의 운행을 방해하고 시멘트공장 출입로를 막아 운송을 마비시키는 전략을 써왔다. 시멘트는 BCT와 철도, 선박 등으로 운반되는데 선박은 수출용으로만 사용돼 화물연대가 BCT 운행을 막으면 사실상 전국의 모든 시멘트 이동이 차단된다.
화물연대는 정부가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과 법 개정에 나서기로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노동자의 과로와 과속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는 제도로, 다음달 31일 종료된다. 화물연대는 이를 영구적으로 시행하고 현재 적용되는 시멘트와 대형 컨테이너 외에도 철강과 자동차 등으로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화물연대 파업을 이틀 앞둔 전날 국회에서 긴급 당정협의회를 열고 안전운임제 일몰 시한을 3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다만 적용 차종과 품목은 기존 컨테이너와 시멘트 운송 차량에서 더 확대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부는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에 대해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성장 동력의 불씨를 끌 수 있다며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멘트 업계는 해도해도 너무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시멘트 출하 기지로 사용되는 오봉역 사고 여파가 여전한 상황에서 파업 강행은 상호간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는 것. 오봉역은 쌍용C&E, 한일시멘트, 현대시멘트, 성신양회, 삼표시멘트, 아세아시멘트, 한라시멘트 등 7개 시멘트 사들의 출하기지가 모여 있는 곳으로, 매주 5만7000여t의 시멘트를 출하한다. 이는 수도권 시멘트 소비량의 40%에 해당한다.
고금리, 고물가 등 글로벌 경기 침체와 제조원가 상승, 시멘트 가격 인상 협상 답보와 같은 여러 악재가 쌓인 가운데 화물연대 파업까지 겹치면서 시멘트 업계의 4분기 실적도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멘트 업계는 올 3분기 수익성이 악화됐다. 쌍용C&E는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47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61억원으로 47.2%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204억원으로 71.8% 급감했다. 같은 기간 한일시멘트는 매출이 3721억원으로 19.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48억원으로 26.1% 줄었고 당기순이익도 204억원으로 8.9% 감소했다.

한일현대시멘트 역시 매출이 1127억원으로 13.3% 뛰었지만 영업이익은 50억원으로 65.3% 쪼그라들고 당기순이익은 96억원으로 11.4% 감소했다. 아세아시멘트 매출은 2698억원으로 20.7%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357억원으로 21.8%, 당기순이익은 173억원으로 44.6% 역성장했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파업 때마다 시멘트는 볼모로 잡히는 인질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시멘트는 파업을 하루만 해도 피해가 막심한데 전국 건설 현장이 '올스톱'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국민들"이라고 말했다.
한찬수 한국시멘트협회 부장은 "11월은 겨울을 앞두고 건설 현장에서 타설을 서두르는 극성수기"라며 "생산하는대로 무섭게 물량이 빠져나가는데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며칠 안가서 멈추는 공사 현장이 속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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