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이면 오지 마세요"…결혼식 축의금 내고도 욕먹는다? [이슈+]

입력 2022-11-26 14:16   수정 2022-11-26 14:17



<i>#1 "요즘 청첩장이 한 달에 3~4개꼴로 들어오는 것 같아요. 정말 축하하는 마음이지만, 한편으로는 부담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6년 차 은행원 홍 모 씨</i>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밀려 있던 예식 수요가 폭발하고 있는 가운데, 직장인들은 밀려오는 청첩장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분위기다. 1인 식대가 8만 원이 넘는 선배 결혼식에 축의금 5만 원을 내고 '한소리'를 들었다는 사연까지 전해지면서 직장인들 사이에선 '축의금 적정 액수'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예식업계에 모처럼 활기가 돌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억눌렸던 소비 욕구를 분출하는 이른바 '보복 소비' 심리가 반영되면서 1인 식대가 20만 원에 가까운 특급호텔 웨딩의 예약이 내년 상반기까지 대부분 완료되기도 했다.

실제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외부 활동이 본격화된 지난 3분기 결혼식, 장례식 등에 따른 경조사비 소득과 지출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7~9월)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 중 경조 소득 등을 포함하는 '비경상소득'은 전년 대비 28.4%나 증가했다. 경조사비 등을 포함하는 '비소비지출' 역시 같은 기간 6.6% 증가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뒤 경조사 참여가 늘면서 (비경상소득이)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i>#2 "요즘 결혼식 식대가 얼만데,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가서 5만 원 내느니 안 가고 계좌이체 해주는 게 도와주는 거죠." 20년 차 공무원 이 모 씨</i>

하객 입장에선 피부로 체감되는 '고물가'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예전처럼 축의금으로 3만 원이나 5만 원을 선뜻 내기가 어려워졌다는 목소리다. 이 씨는 "5만 원을 낼 거면 밥을 안 먹고 와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통계청의 '2022년 3분기 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국 물가는 3분기 기준 2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3분기 전국 소비자물가지수는 108.76으로, 전년 대비 5.9% 상승했다. 지금 5만 원과 예전 5만 원의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가운데 최근 회사 선배 결혼식에 참석해 축의금 5만 원을 냈다는 이유로 '한소리'를 들었다는 직장인의 사연이 전해져 뜨거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지난 21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선배의 결혼식에 축의금으로 5만 원을 냈다가 선배로부터 "5만 원 한 거 맞아?" "내가 너한테 서운한 게 있어? "밥값이 8만8000원인데…" 등의 핀잔을 들었다는 A 씨의 사연이 올라왔다. A 씨는 "바쁜데 시간 내서 가줬더니 겨우 한다는 소리가 이거였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300명에 달하는 네티즌들은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고물가를 언급하면서 '5만 원을 내면 손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이들은 "내 결혼식에 5만 원 낼 거면 안 왔으면 좋겠다", "요즘은 결혼식 참석하면 10만 원, 안 가면 5만 원", "요즘 식대가 많이 올라 5만 원 하면 손해더라", "5만 원 내면 현실감각 떨어지는 것" 등의 댓글을 달았다. 반면 결혼식에 와준 것 자체가 고마운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일일 식당을 개업한 것도 아니고 돈 벌어먹으려고 결혼식 하는 건가", "시간 내서 가준 게 어딘데", "이 정도도 손해 보기 싫으면 가족끼리만 소소하게 하라" 등의 반응이다.


전문가는 축의금을 두고 갈등이 빚어지는 상황을 두고 개인 대 개인의 결합이 아닌 '가문 대 가문'의 결합이었던 과거 가부장제 시절의 성대한 결혼 문화가 현대까지 이어진 점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분석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경닷컴과 통화에서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결혼을 가문 대 가문의 결합이라고 생각하는 가족주의 문화가 지배하고 있다. 결혼식의 주인을 뜻하는 혼주(婚主)도 신랑·신부의 부모님"이라며 "이에 따라 신혼부부는 집도 장만해야 하고 돈이 들 데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허례허식을 위해 일회성 행사에 돈을 아직도 많이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A 씨 사연의 경우 "신혼부부의 경제적 부담 때문에 축의금과 식대를 비교하게 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축의금 문화의 개선 방향에 대해선 "신혼부부는 돈 들 일이 많고, 지금 당장도 중요하지만, 미래에 잘 살아야 한다고 본다"며 "결혼식 당일 비용을 많이 들이지 않는 스몰웨딩으로 가까운 사람들 위주로 충분히 축하하는 방법이 있다. '약간 아는' 사람 전부 다 모아서 돈 들고 오게 하는 건 앞으로 지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한편,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미혼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축의금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해 지난 4월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적정 축의금 액수는 5만 원 48%, 10만 원 40% 등이 다수를 차지해 평균 '7만9000원'으로 조사됐다. 축의금 액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남녀 모두 '당사자와의 친밀도'(남 81.3%, 여 85.3%)를 택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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