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직원 대응' 인사담당자를 위한 단 하나의 조언!!

입력 2022-11-29 18:31   수정 2022-11-30 19:40



가끔 상상한다. 금요일 오후, 인사 담당자들 앞에서 노동법 현안에 대한 발표를 무사히 마친다. 바빴던 한 주의 마지막, 발표가 끝나 어수선한 참이고 다시 만날 기약도 없는 모임이다. 그때 누군가 불쑥 질문을 한다. “기업을 대리하는 노동 변호사로서, 인사담당자들이 문제직원에 대응할 때 유념할 사항을 딱 한 가지만 고른다면 무엇인지요?”

"굳이 딱 한 가지라니" 이 질문은 무게가 만만치 않다. 설렁설렁 잘 살다 드디어 심판(?)의 시간이 왔다는 불길한 생각이 휙 지나간다.

몸에 밴 변호사 본능에 따르자면, 답하기 전 의미를 명확히 하기 위한 탐색적 질문을 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어떤 비위행위를 저지른 문제직원을 염두에 둔 것인지?) 또, 유보를 달 수밖에 없다. 인사담당자들은 책임, 경험, 지식의 깊이와 폭이 다르고, 속한 업종이나 규모도 다르다.. “예, 제가 다 알 수는 없지만, 통상 제가 자문해 온 보통의 인사담당자라면…” 그러나, 숨 고르는 시간이 지나면 곧바로 답변을 해야 한다. 이 질문은 맥락상 우문현답, 어떤 통찰을 달라는 것이다.

이런 상상을 하는 것은, 예전 M&A 업무를 많이 하던 시절의 리서치 경험 때문이다. M&A 계약상 진술과 보장(representations & warranties)을 다룬 논문을 읽었는데, 그 논문의 저자는 “당신이 매수인을 대리하는 변호사라고 하자. 여러 제약 때문에, 수많은 진술과 보장 중에서 하나만 관철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진술과 보장을 고를 것인가?” 라는 질문을 받는 상상을 가끔 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대답은 “재무제표의 정확성”이라고 했다. 참으로 멋진 질문이고, 또 핵심을 찌르는 답변이라고 느꼈다. 진술과 보장 제도가 한눈에 이해되는 느낌이었다.

노동 분야에서도 이런 질문과 대답은 가능하지 않을까? 인사담당자 입장에서는, 기업을 자문하는 노동변호사라고 스스로 소개한 사람에게 발표를 들었다면, 그런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들을 자격이 있지 않을까? 질문을 받은 노동변호사인 나는 그동안 고민하고 숙고한 답이 있어야 하고, 또 답을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일단, 지금 떠오르는 나의 답은 이것이다. “기업은 불리(不利)하다.” “불리함을 인정해야 문제직원을 바르게 대응할 수 있다”.

이런 답변에 더해, 이러한 불리함은 기본적으로 노동법의 기본 틀과 정신에서 비롯한다고도 말할 것이다. 법상 기업은 문제직원을 상대로 징계를 하려면 정당한 이유가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배치전환, 낮은 평가, 대기발령 같은 징계가 아닌 인사조치를 할 때도 객관적으로 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한다. 사용자인 기업이 강력한 갑(甲)의 지위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근로자인 직원의 생존권, 직업수행의 자유, 행복추구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다. 이는 우리 사회의 합의에 따른 정당한 제도지만, 기업에게는 문제직원을 상대로 구체적으로 타당한 조치를 신속히 취하기 어려운 제약을 남긴다.

그 외에도, 기업은 문제직원이 문제를 일으키면 사후적으로 사실조사와 징계절차 등 내부절차를 거쳐 대응하게 되고, 문제직원의 인격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없다는 제약도 불리함의 이유라고 언급할 것이다. 사후적인 사실조사와 징계절차 과정에서 기업은 고도의 개연성 있는 입증, 징계절차 준수, 방어권과 형평성 보장 등에 유념해야 한다. 이는 변호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더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시대 변화와 함께 우리 사회가 움직이는 큰 방향도 문제직원을 대응하는 인사담당자에게 불리함을 더하는 점이다. 기업의 무리한 조치나 적시조치 실패 모두 가차없는 비난을 받고, 그 내용이 실시간으로 공유돼 기업의 위기까지 불러올 수 있는 시대다.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기업 사과문을 한번 찾아보시라. 직장 내 괴롭힘의 문제에서 보듯이 문제직원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이 있는 반면, 그 과정에서 개인정보, 사생활, 방어권 보장을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된다.

이제, 어느 정도 예열을 마친 나는, 내친 김에 이런 불리함을 생각하면, 문제 직원을 상대하는 인사담당자는 과감한 행동력보다 신중히 관찰하는 태도, 종합적 사고를 하는 균형감각이 필요하다고도 하고 싶다. 문제 직원과 관련된 사실관계, 배경, 각종 이슈들을 편견과 선입견 없이, 동기화된 추론 없이 실상 그대로 보고 인사 조치에 따르는 각종 법적 제약을 제대로 이해하는 태도를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까지 하고 나면, 이제 다른 결의 마음의 소리가 들릴 것 같다. 이것이 말처럼 쉬운 일일까? 그리고 더 중요하게, 이런 자질을 갖춘 인사담당자가 최선을 다한다고 해서 바람직한 결과가 보장될까? 무지개 원칙은 없다. 법원 등의 오판 가능성까지 포함하여 온갖 통제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기다린다. 이제 균형을 잡을 시간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마무리할 것이다. “인사담당자는 문제 직원을 대할 때 그런 드문 자질을 갖춰야 하고, 자질을 갖췄더라도 불확실성에 맞서야 하는 불리한 처지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불리함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더 나은 판단을 위해 노력하고 그 판단에 책임을 지는 것이 최선입니다.”

상상이 아닌 현실에서 그 순간이 오면, 이 질문은 정해진 답이 없으니 나는 어쩌면 오늘과 다른 답변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때 나의 대답은 부디 지금보다 더 나은 답이기를 바란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노동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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