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30세에 부장 되는데…세계서 가장 무기력한 日의 현실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입력 2022-12-01 06:54   수정 2022-12-01 17:12


일본 직장인은 세계에서 가장 무기력하다. 인재정보회사인 파솔종합연구소가 아시아·태평양 14개국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일본인들은 '현재의 직장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52%)'와 '이직(25%)이나 창업(16%)하고 싶다'는 응답자 비율이 모두 최저였다.

일본 직장인들은 지금 하는 일에 애착도 없지만 그렇다고 회사를 박차고 나가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에너지도 없는 셈이다.



인도는 '현재의 근무지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는 응답이 86%에 달했다. 중국과 베트남은 80%를 넘었다. 한국 싱가포르 대만 직장인 약 70%도 '현재의 직장을 떠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한편 한국의 직장인 가운데 이직이나 창업을 희망하는 응답자는 각각 40%와 30% 수준으로 일본 직장인의 2배였다.



미국 갤럽의 종업원 근로의욕(인게이지먼트) 지수에서도 일본은 5%로 세계 139개국 가운데 132위였다. 세계 평균은 20%,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지역은 34%였다. 아시아권에서는 몽골이 35%로 가장 높았다. 중국(17%)과 한국(12%)도 일본의 직장인보다 근로의욕이 2~3배 높았다.

일본 최대 인재정보 회사인 리크루트는 "일본인에게 수동적인 성실함은 있어도 자발적인 적극성은 결여돼 있다"고 분석했다.



주요국 가운데 가장 느린 승진이 근로의욕을 떨어뜨리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된다. 일본 직장인들의 과장 진급 연령은 평균 38.6세, 부장은 44세였다. 중국은 28.5세에 과장, 29.8세에 부장으로 승진했다. 미국도 34.6세면 과장이 되고 37.2세에 부장 자리를 꿰찼다.


가뜩이나 일할 의욕이 없는데 승진까지 느리니 자기개발에 적극적일 이유도 없었다. '별다른 자기개발을 하고 있지 않다'는 일본의 직장인 비율은 46%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한국은 약 15%, 베트남은 2%에 불과했다. 베트남과 한국의 직장인 대부분은 퇴근 후에도 자신의 능력개발을 위해 학원을 다니거나 뭔가를 배운다는 뜻이다.



직원들에 대한 투자에 극도로 인색한 일본 기업의 풍토는 일본인을 더욱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GDP 대비 기업의 인재투자 규모가 미국은 1995~1999년 1.94%에서 2010~2014년 2.08%로 늘었다. 프랑스(1.78%)와 독일(1.20%), 이탈리아(1.09%) 등도 15년 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일본 기업들은 1995~1999년 GDP의 0.41%에 불과했던 인재투자 규모를 2010~2014년 0.1%로 더욱 줄였다.

일본의 경영인들이 무기력한 직원들을 독려하는 것도 아니다. 경쟁에서 밀린 조직원이나 부진한 사업부를 과감하게 정리하지 못하는 온정주의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부진한 인재와 사업을 진심을 다해 키우지도 못하기 때문에 경영자원의 분배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토 구니오 히토츠바시대 CFO교육연구센터장은 "일본의 경영인들이 '사람 좋다'는 말의 의미를 잘못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업은 점점 쇠퇴하는데 사원은 '가이고로시(飼い殺し·쓸모없는 사람을 해고하지 않고 평생 고용해 둠) 상태가 돼 회사와 직원 모두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대다수 일본 기업에서 이렇게 무기력한 상태가 오랫 동안 계속된 결과 오늘날 일본이 정체상태에 빠진 것"이라고 이토 센터장은 분석했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직후 잿더미로부터 불과 30여년 만에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일본인들은 왜 이렇게 무기력해 졌을까. 많은 전문가들은 디플레이션을 주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적한다. 20년 넘게 소득도, 물가도 오르지 않는 디플레이션의 사회가 한때 일본인의 내면에서 불타던 상승 의욕을 거세시켰다는 것이다.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월급이 잘 오르기보다 종신고용이 보장되는 직장을 절대적으로 선호하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며 "구성원의 상승 의욕을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디플레의 무서움"이라고 말했다.


디플레의 시대 일본인의 행복지수는 결코 낮지 않았다. 모두의 월급봉투가 그대로였던 대신 물가도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경쟁은 덜 치열했고, 삶은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실질 임금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시대에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 의욕을 잃어버린 일본인의 자화상은 일본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있다.


버블(거품)경제 붕괴 이후 오랜 정체 상태에 빠진 동안 주변국들이 급성장한 것은 일본인의 자신감을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오늘과 똑같은 내일'에 익숙해진 일본인들이 '오늘과 다르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내일'을 맞아 혼란스러워하는 이유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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