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산·울산·경남 건설지부가 건설 현장에서 레미콘 타설을 맡은 노조원은 물론 비노조원에게까지 오는 5일부터 타설을 중단하도록 압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업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조직적 강요’ 시도가 확인된 것이다. 화물연대 압력에 굴복해 건설노동자도 동조 파업에 나서면 건설 현장 정상화까지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6일엔 민주노총 총파업이 예고돼 있는 데다 곳곳에서 동조 파업 조짐까지 일고 있어 산업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화물연대 측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검찰 출신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타설 근로자가 사측과의 문제가 아니라 단순히 상급 노동단체에 ‘동조’하는 차원에서 파업한다면 이는 집단적인 노무 제공 거부에 해당한다”며 “업무방해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조합원이 타설을 못 하도록 압박을 가해도 업무방해죄 소지가 있다”며 “공모 정황을 피하기 위해 현장 공지를 남기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형법상 업무방해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화물연대가 부울경 지역의 레미콘 타설 중단을 시도하고 나선 것은 최근 일부 노조원이 시멘트 운송을 재개하는 등 대열 이탈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결속을 높이는 동시에 파업 효과도 극대화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시멘트 운송차량(BCT) 운행을 막는 방식만으론 건설 현장에 피해를 입히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본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부울경 지역은 시멘트 해상운송 등이 가능해 BCT를 멈춰 세우는 것만으론 건설 현장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없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소속 조합원이 많은 수도권과 달리 지역 건설 현장에서 민노총 소속 근로자 비율이 높은 점도 부울경에 힘을 집중하는 이유로 꼽힌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영구화)를 지지한다며 ‘동조 파업’을 선언했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민주노총 부울경 건설지부엔 타설공, 철근공, 배관공 등 현장 인부 1만여 명이 소속된 것으로 추산된다”며 “이들이 없으면 레미콘 타설은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레미콘업계는 이번 화물연대 파업으로 현재까지 전국 1000여 개 업체가 3000억원가량의 매출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했다.
철강업계 출하 차질(1일 기준)은 1조1000억원에 달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KG스틸 등 5대 철강사의 출하 차질액을 8700억원으로 추정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이날 화물연대 운송 거부에 따른 레미콘 공급 차질로 무주택 서민 등의 공공주택 입주 지연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입주 지연 피해가 발생하면 손해배상청구 등을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안대규/곽용희/박종필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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