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와 분쟁 끝에 부도 선언한 이래CS…임직원·협력업체·채권단 ‘날벼락’

입력 2022-12-08 10:24   수정 2022-12-09 10:39

이 기사는 12월 08일 10:24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대구에 있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이래AMS 임직원 1200여 명은 연말을 앞두고 날벼락을 맞은 듯 했다. 이래AMS의 모회사인 이래CS가 만기 도래한 40억원의 어음을 갚지 못해 최종 부도에 빠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한때 연매출 1조원대의 중견 자동차 부품업체를 거느린 이래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이래CS의 부도 자체가 충격이었다.

한해 이래CS의 연결 매출은 5000억원 안팎에 이른다. 하지만 이 회사의 최대주주인 김용중 이래CS 대표이사는 2대 주주 지분을 가진 사모펀드(PEF) 운용사 자베즈파트너스가 경영권을 노려 무리한 상환 요구에 나서면서 이 같은 사태가 빚어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자베즈는 대주주가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무책임하게 고의부도를 냈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경상도 대표 제조업체의 갑작스런 부도…무슨일이?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래CS는 지난 5일 이사회를 열어 회생절차개시 신청을 의결했다. 앞선 1일 만기도래한 하나은행 전자어음 40억원을 갚지 못했다면서 최종 부도를 선언한 데 이은 후속조치다. 회사는 법정관리를 거쳐 회사 정상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래CS는 회사와 임직원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었다고 설명했다. 대주주 측 관계자는 "어음뿐 아니라 협력사들에 지급해야 하는 현금과 임직원의 월급 등을 합하면 밀린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다"며 “2대 주주인 사모펀드(PEF) 자베즈와의 분쟁으로 금융 지원이 막힌 데다 3년간 적자가 누적된 상황에서 회사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고 말했다.

이래CS는 전성기인 2016년 연결기준 매출이 1조726억원에 달했던 중견 자동차 부품사다. 2020년 매출 3925억원과 영업손실 477억원, 지난해엔 매출 4236억원 영업손실 453억원으로 실적 부진에 빠져있다.

올해는 11월까지 흑자로 전환한만큼 갑작스런 부도 선언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자베즈 측 주장이다. 또 부도 절차에 앞서 회사의 적자 시기에도 대주주와 경영진들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아가면서 자구노력은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파트너'였던 이래CS-자베즈…상환 막히자 '갈등'
이래CS가 PEF인 자베즈를 재무적투자자(FI)로 맞이한 건 2015년 일이다. 미국 델파이와 합작사인 한국델파이(현 이래AMS)를 세워 지분 42.3%를 보유하던 이래CS는 2015년 델파이가 보유한 나머지 지분 50%를 인수하면서 사세를 급격히 키웠다. 이 무렵 자베즈는 이래CS의 보통주 300억원, 상환전환우선주(RCPS) 300억원 총 600억원을 투자해 지분 30%를 확보, 2대주주에 올랐다. 목회자의 은퇴자금을 운용하는 총회연금재단을 출자자(LP)로 모집해 300억원을 보통주에 투자했고, MG새마을금고중앙회로부터 300억원의 인수금융을 받아 RCPS를 매입했다. 이 때만 해도 양 측은 끈끈했다. 한국델파이에 이어 델파이 본사의 공조사업부문을 인수하는 구상을 펴기도 했다.

자베즈는 이래CS에 투자하면서 일부 위험방지조항을 요청했다. 이래CS는 투자 3년 후인 2018년부터 상장(IPO)을 통해 자베즈의 투자금 회수를 돕고, IPO에 실패할 경우 대주주들이 자베즈가 보유한 지분을 되사주는 '풋옵션'을 넣었다. 풋옵션 행사시 대주주가 이를 갚지 못할 경우 자베즈의 주도로 대주주 지분까지 동반 매각할 수 있는 드래그얼롱(동반매도청구권)도 주어졌다. 보통주 뿐 아니라 RCPS에도 회사가 IPO 에 실패하고 일정기간 RCPS를 상환하지 못하면 대주주가 RCPS를 대신 인수해줘야하는 풋옵션을 맺었다.

투자금 회수가 약속된 시기인 2018년 상황은 급변했다. GM이 유럽시장에서 철수하며 생산량을 줄이고 국내 군산공장을 폐쇄하는 등 전방산업이 얼어붙으면서 투자금 회수에 빨간불이 커졌다. 한국GM 의존도가 가장 컸던 이래CS는 직격탄을 맞았다. IPO를 통한 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아지자 자베즈는 대주주와 협의해 회수 기간을 한 해씩 연장했다.

이후 2020년부터 회사가 3조원에 가까운 신규 수주를 유치하는 등 정상화 기조를 보이자 자베즈 측은 지난해부터 새 투자자를 모집해 투자금을 회수하려 했다. 회사와 자베즈는 올해 초 총 820억원을 이래CS의 자회사인 이래AMS 주식과 바꿀 수 있는 교환사채(EB)를 발행해 마련하기로 했다. 1차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이 270억원을 투자했고, 나머지 550억원을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로부터 조달하기로 결정했다.
○투자자 교체 거부한 이래CS…자베즈는 펀드 디폴트
이래CS는 포스코인터 투자금 270억원으로 자베즈의 RCPS 원금 300억원과 이자 100억원을 포함한 총 400억원 중 일부를 상환했다. 자베즈는 키스톤PE의 투자금 550억원이 추가로 회사로 유입되면 나머지 RCPS를 모두 상환 받아 인수금융을 모두 갚을 계획이었다. 나머지 보통주는 투자자를 설득해 투자 기한을 연장하고 주주로 남아 IPO를 재추진하려 했다. 하지만 이래CS가 나머지 550억원을 유치하는 계약을 거부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이래CS 고위 관계자는 "키스톤과의 EB 계약상 리픽싱 조항이 수 년 후엔 기존 대주주 지분이 0%가 될 정도로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조건이었다"라며 "2024년까지 IPO를 못하거나 투자자가 정한 5개 조건 중 하나라도 지키지 못하면 매년 전환가격이 20%씩 하락하는 등 독소조항이 있었다"고 말했다. 자베즈 측은 "1차 투자자인 포스코 측과 동일한 조건의 투자 유치를 기존 대주주가 갑작스럽게 반대할 뚜렷한 이유가 없었다"고 항변했다.

결국 추가 자금 수혈은 무산됐다. 자베즈가 RCPS 대금 중 일부를 상환하지 못하자 인수금융을 제공한 새마을금고중앙회 등 대주단은 지난 11월 펀드의 기한이익상실(EOD)를 선언했다. 7차례에 거쳐 펀드의 인수금융 만기를 연장해줬지만, 마지막 상환 수단이었던 EB 발행마저 실패하면서다.

자베즈는 EOD 이후엔 투자자(LP)와의 선관주의 의무에 따라 자신들의 주식을 대주주한테 인수해달라는 풋옵션 행사에 나섰고, 이래CS는 완강하게 거부했다.
○경영권 매각 나선 자베즈…회사 측 '부도' 선언
자베즈는 곧바로 EY한영을 매각주관사로 선임해 회사 매각 절차에 나섰다. 하지만 이마저도 무산됐다. 이래CS의 기존 경영진들이 원매자들의 인수 실사에 협조하지 않으면서 절차를 진행하지 못했다.

결국 자베즈 측은 5일 이사회에 기존 경영진의 해임을 안건으로 올렸지만 대주주 측 인사가 다수를 차지한 이사회에서 부결됐다. 자베즈는 드래그얼롱을 행사하며 담보로 잡고있던 김 회장 등 대주주 지분 41.58%에 질권을 행사해 지분을 71%까지 늘렸다. 하지만 회사 측이 명의개서를 거부하는 등 대립이 이어졌다. 자베즈 측은 11월 주주지위확인 가처분 소송과 대표이사 해임 소송을 시작으로 법적 대응에 돌입하겠다 회사에 통보했다. 그러자 대주주 측이 갑작스런 고의부도와 법정관리로 대응했다는 게 자베즈 측 주장이다.

산업은행을 포함한 채권단도 이래CS 경영진이 회생에 돌입하겠다는 방안을 이사회에 통보하자 비상이 걸렸다. 산업은행은 2019년 정책자금으로 이래CS와 이래AMS에 총 3500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채권단의 중재로 11월 초 대주주와 자베즈는 중재에 나섰지만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대주주 측은 2024년까지 상환 기간을 연장해달라 했지만, 펀드가 디폴트에 처한 자베즈에선 풋옵션 행사 및 경영권 매각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결국 대주주가 회생 신청을 하면서 양 측 모두 파국을 맞게 됐다. 현재 산업은행 채권 중 2500억~3000억원이 미상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베즈는 "대주주가 현금을 마련해 부도를 막지 않아 채권의 기한이익상실로 번질 경우 자금난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자베즈 측은 법원 회생 절차의 맹점을 대주주가 악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회생 제도에서 기존의 경영진이 일정기간 관리인으로 회사 경영을 맡게 되는 점을 활용해 경영권을 이어가려는 행보라는 지적이다.

이래CS는 자베즈의 무리한 경영권 인수 시도가 부도의 원인이라고 맞서고 있다. 대주주 측 관계자는 "이래CS의 매출 대부분은 GM의 마티즈에서 나왔는데 1년 전부터 생산이 단종되면서 현재 공장이 멈춘 상황"이라며 "내년 2월이면 이미 물량을 확보한 GM의 신형 트랙스 부품 납품이 시작돼 회사가 살아날 수 있는데 잠깐의 자금 공백을 이용해 자베즈가 헐값에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9년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서 자금을 지원받으면서 채권단의 동의 없이는 다른 금융권에서 자금을 추가로 융통할 수도 없다"며 "채권단은 분쟁이 일어난 회사에 추가 자금을 지원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보니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PEF들 "남의 일 아냐"
경기 불황 여파로 이래CS 사태가 곳곳에서 벌어질 수 있다는 게 PEF업계 걱정이다. 교보생명에 이어 이래CS 등의 풋옵션 갈등은 결국 기업가치 급락에서 비롯된다. 유동성이 넘치던 시기엔 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거나 세컨더리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투자회수를 꾀할 수 있었지만 갑자기 유동성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연기금 공제회 등도 '돈줄'이 마르면서 앞으로 PEF와 대주주 사이의 분쟁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시각이다.

한 PEF업계 관계자는 "마지막 결정 순간에 몰린 대주주와 PEF가 대립하는 일은 수없이 많았지만 고의 부도 논란까지 벌어진 사례는 이례적"이라며 "협력업체까지 수천명에 이르는 임직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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