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결국 백기투항…원희룡 '원칙 승부' 통했다 [김은정의 클릭 부동산]

입력 2022-12-10 07:15   수정 2022-12-10 08:26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조합원 찬반 투표 끝에 지난 9일 총파업을 접었습니다. 지난달 24일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를 요구하면서 총파업에 돌입한 지 16일 만입니다. 지금까지 최장이었던 2003년 파업 때와 동일한 기간입니다.

이날 투표엔 조합원 2만6144명 중 3574명이 참여했습니다. 파업 종료 찬성은 2211명(61.8%), 반대는 1343명(37.5%)이었습니다. 파업을 계속하길 원하는 강경파가 대부분 투표에 참여했는데도 파업을 종료하길 원하는 조합원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당초 화물연대가 정부에 요구한 사항을 하나도 관철하지 못한 채 사실상 백기투항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선(先)복귀, 후(後)대화’ 원칙에 따른 일관된 대응이 화물연대의 총파업 철회를 이끌어냈다고 보고 있습니다. 화물연대의 강력한 반발에도 시멘트 부문에 사상 최초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명령에 복귀하지 않은 운전 기사에게 예고한 대로 행정 조치를 한 것 등입니다.

무엇보다 주무부처의 수장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현장 지휘가 화물연대의 내부 분열과 총파업 철회로 이어졌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원 장관은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시작된 지난달 24일 바로 수도권 지역의 핵심 물류거점인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를 찾아가 비상수송대책 준비 상황을 챙기고 화물연대에 조속한 집단 운송 거부 철회를 당부했습니다.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등 어려운 국가 경제 상황에서 집단 운송 거부는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곧바로 부산항에 임시 사무소를 차리고 현장에 머물면서 항만 현장을 살폈습니다. 이후 연일 경남 김해에 있는 레미콘 생산 현장, 인천 검단에 있는 건설 공사 현장, 경북 포항에 있는 포스코 포항제철소, 부산 범일 공사 현장, 인천 중구에 있는 시멘트 업체 등 전국의 피해 현장 곳곳을 찾아가 상황을 살피고, 앞으로 정부의 대응 방향을 설명했습니다. 현장에선 기업 관계자들과 정상 운행을 하는 운전 기사들을 만나 우려에 공감하면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확신도 심어줬습니다.


특히 정상적으로 운송에 참여한 운전 기사들에게 행해진 불법적인 폭력에 대해선 단호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지난달 말 정상 운행 중인 화물 차량에 돌로 추정되는 물체가 날아와 차량이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하자 경찰에 "운전 기사들의 안전을 적극 확보해야 한다"며 "철저하게 수사해 불법 행위자를 찾아 엄벌에 처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현장 복귀를 결정한 운전 기사들을 만나선 "좋은 결단을 내려 감사하다"는 말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화물연대의 총파업 기간 동안 주요 이슈가 불거지고 변곡점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의 다음 행동을 가감 없이 예고하고, 대응 방향을 정확하게 공개해 현장 혼란도 줄일 수 있었다는 평가도 많습니다. 첫 업무개시명령 발동 가능성, 추가 업무개시명령 발동 시점 등에 대한 사전 언급이 대표적입니다.

원 장관이 화물연대 총파업 철회를 이끌어낸 ‘현장 공신’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원 장관은 총파업 초반부터 업무개시명령 발동 카드를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총파업 초반만 해도 '진짜 발동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화물연대 안팎에 형성돼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제 지난달 29일 시멘트 부문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고, 대비책을 미리 마련하지 못한 화물연대가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운전 기사들의 이탈이 본격화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업무개시명령 이후 시멘트 출하량은 빠른 속도로 회복됐고, 이 과정에서 화물연대 총파업의 대오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화물연대는 여론도 잡지 못했습니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상당수 소비자들이 불어난 대출이자 부담과 치솟은 물가에 힘겨워 하고 있는데 안전운임제 확대로 물가가 더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총파업의 도화선이 된 안전운임제와 무관한 탱크로리(유조차) 운전 기사들까지 가세하면서 부정적인 여론이 더 커졌습니다. 탱크로리 운전 기사는 안전운임제 적용을 받고 있는 컨테이너·시멘트 운전기사에 비해 소득 수준과 근로 여건이 양호합니다. 탱크로리 운전 기사들은 시멘트와 컨테이너 운전 기사에 비해 하루 평균 운행 시간도 적고 과적 가능성도 낮습니다. 하지만 월평균 매출은 1400만원으로 각종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월평균 순수입이 650만원 수준입니다.

이런 구체적인 정황들이 파악되면서 여론의 공감을 얻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비우호적인 여론 속에서 총파업이 길어지자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운전 기사들이 늘어났고, 결국 현장으로 복귀하는 운전 기사들이 많아지게 됐습니다.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바라본 기업인들의 평가는 우호적입니다. 그간 보지 못했던 원칙적 대응으로 노조에 대한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한 중견 건설사 대표는 "노사 현장에선 갈등과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오래도록 정부와 노조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해왔다"면서도 "지금까지는 제대로 법과 원칙이 적용되지 못했다는 인식이 팽배했는데, 화물연대 총파업을 겪으면서 원칙에 따른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라는 의견도 많습니다. 화물연대가 총파업 16일 만에 사실상 백기를 들었지만 산업 피해는 만만치 않습니다. 시멘트와, 철강, 석유화학, 건설 업종 등에서 4조1000억원의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산업계 손실을 추스르는 데도 일정 시간이 필요할 전망입니다. 이미 공사가 중단된 건설 현장도 많아 공사를 재개하더라도 재정비에 비용이 소요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 정부는 화물연대가 기존 협상안을 거부하고 파업을 진행한 만큼 안전운임제 역시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원 장관은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은 지난달 22일 정부·여당이 집단 운송 거부로 인한 국가적 피해를 막기 위해 제안한 것인데, 화물연대가 이를 거부하고 집단 운송 거부에 돌입해 엄청난 국가적 피해를 초래했기 때문에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안전운임제를 둘러싼 갈등의 불씨가 여전한 셈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화물연대 총파업을 계기로 법과 원칙에 바탕을 둔 노사정 관계가 재정립되고, 아직 산업 현장 곳곳에 남아있는 노조의 옳지 못한 관행들을 단계적으로 바꿔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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