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들의 올해 들어 채권을 20조원 넘게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대 규모다. 주식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내년 금리 인상 속도가 더뎌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채권으로 돈을 옮기는 투자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식시장에서는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 1월 70조원을 넘었던 주식 예탁금은 45조원대까지 감소했다. 15조원에 육박했던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도 6~7조원대로 반토막 났다.
내년 전망이 불투명한 주식과 달리 채권은 저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지난 1월 연 0.25%엣 연 4%까지 올리면서 채권 가격은 급락했다. 증권업계는 미국 기준금리가 연 5% 안팎에서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인다. 금리가 높을 때 채권을 사둔 투자자는 금리가 내릴 때 시세 차익을 챙길 수 있다.
정상우 KB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 팀장은 “미국 금리가 5% 수준까지 오르더라도 이후에는 내릴 가능성이 높다”며 “장기 투자자들은 채권을 분할 매수해도 좋은 시기”라고 설명했다.
가장 인기를 끄는 종류는 회사채다. 올해 개인은 회사채를 7조6487억원 순매수했다. 같은기간(2조8701억원)을 기록한 국채의 3배에 달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회사 이름이 친숙한 AA- 등급의 회사채가 개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AA- 등급의 회사채를 발행한 주요 기업으로는 호텔신라, SK가스, 롯데쇼핑 등이 있다. AA- 등급 회사채는 부도가 거의 없고 금리가 5% 수준으로 높아 인기가 많다는 분석이다. 신용스프레드(국채와 금리차)도 벌어져 있어 향후 국채 대비 큰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를 투자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TIGER CD금리투자KIS(845억원), KODEX KOFR금리액티브(771억원),KOSEF 국고채10년(685억원), KBSTAR KIS국고채30년(669억원) 등이 개인 순매수 상위 채권형 ETF로 집계됐다.
ETF의 장점은 언제든 포트폴리오를 교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이 불안정할 때 채권형 ETF로 수익을 노리다가, 반등장이 시작되면 환매 후 주식으로 갈아탈 수 있다. 보수적인 투자자들은 채권 만기와 펀드 맞기를 맞춘 만기매칭형 채권형 ETF가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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