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설비투자는 국내에 머물러 있지만, 글로벌 CDMO 시장의 격전지는 미국과 유럽이다. 혁신 신약 연구개발(R&D)을 주도하는 글로벌 제약사와 바이오벤처가 이들 지역에 집중돼 있어서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은 합성화학 의약품과 달리 개발 과정에서 대량 생산 가능성까지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상업화 제품뿐만 아니라 임상에 쓸 시약도 개발이 이뤄지는 현지에서 생산하는 게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1위 CDMO인 스위스 론자는 2026년까지 스위스 슈타인 공장 증설에 5억유로(약 6900억원)가량을 투자하기로 했다. 론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생산 규모와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라고 했다. 이를 두고 삼성의 ‘초격차 전략’과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독일 베링거인겔하임도 지난해 오스트리아에 7억유로를 들여 첨단 설비를 구축했다. 미국 캐털런트는 지난 8일 벨기에에 대규모 세포치료제 생산시설을 완공했다. SK㈜가 인수한 프랑스 이포스케시도 증설이 이뤄지고 있다.
일본 후지필름은 덴마크, 영국 등 유럽과 미국에서 동시다발적 증설 작업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7월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세포 배양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16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다크호스’로 떠오른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는 2년 전까지만 해도 바이오의약품 생산능력이 5만4000L에 그쳤지만, 2024년까지 8배 수준인 43만L로 확대하겠다며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CDMO 시장에서 생산능력을 추가 확보하려는 ‘쩐(錢)의 전쟁’이 펼쳐지면서 소수의 대형 CDMO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의약품 생산이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안전성 검증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은 대형사가 시장 지배력 확보에 유리하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세포·유전자 치료제 등 차세대 바이오의약품 개발이 성숙기에 들어서면 자연스레 대형사의 파워가 커질 것”이라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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