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첨단소재 고평가' 책임 물었나…베어링PEA 인수한 EQT파트너스도 평판 추락

입력 2022-12-16 09:50  

이 기사는 12월 16일 09:5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1조2750억 규모의 PI첨단소재 거래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홍콩계 사모펀드 운용사인 베어링PEA아시아(베어링PEA)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연일 거세지고 있다. 올해 초 베어링PEA를 인수합병한 뒤 최근 국내 시장에 진출한 유럽계 운용사 EQT파트너스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독이 든 성배' 우려했나
베어링PEA는 한국 시장에서 주로 3000억~5000억 규모 수준의 중소형 바이아웃을 위주로 해온 운용사다. 대표 투자 건으로는 로젠택배, 애큐온캐피탈, 한라시멘트, 신한금융지주 등이 있다. 현재는 애큐온캐피탈 경영권 지분과 신한금융 소수 지분을 보유 중이다.

PI첨단소재 인수는 베어링PEA가 국내 시장에서 추진한 역대 최대 규모였다. 베어링PEA는 지난 6월7일 글랜우드PE가 보유한 PI첨단소재 지분 54.07%를 약 1조275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주당 8만300원으로 책정했는데, 계약일 종가가 5만3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약 60%의 추가 프리미엄을 지불한 셈이다.

베어링PEA의 승리는 시장의 예상을 뒤집은 결과였다. 올 초부터 공개 경쟁 입찰로 진행됐던 PI첨단소재 인수전은 롯데케미칼, 프랑스 기업인 알케마가 유력 후보로 점쳐졌다. 베어링PEA는 가격을 비롯해 임직원 고용 승계 등 측면에서 전략적 투자자보다 높은 평가를 받아 최종 승자가 됐다.

당시에도 '고가 인수' 논란이 불거졌다. 글랜우드의 희망 매각가인 1조원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1조2750억원에 계약이 체결됐기 때문이다. 알키마가 경쟁적으로 인수를 추진하면서 베어링PEA도 추가로 베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철 베어링PEA 대표가 주도한 거래였다. 당시 거래가 진행되는 도중 베어링PEA가 EQT파트너스에 합병됐는데, 김 대표가 국내 시장에서 베어링PEA의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해 베팅을 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베어링PEA, EQT에 주도권 넘어갔나
베어링PEA는 표면적으로 지난달까지만 해도 거래 완주 의사를 보였다. 주가 상황을 살피면서 높은 인수 가격을 상쇄하기 위해 추가 공개매수, 전량 공개 매수 후 상장폐지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했다.

그런 상황에서 거래 종결 20여일을 앞두고 계약을 갑자기 파기한 건 새 주인이 된 EQT파트너스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계약 파기와 관련해 EQT파트너스와 베어링PEA간 사전 교감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거래 규모가 1조원이 넘는데다, 파기 시 회사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을 정도의 평판리스크 훼손이 큰 문제인 만큼 대주주인 EQT파트너스가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겠느냐는 게 업계의 추측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베어링PEA 내부 일각에선 거래를 끝까지 이행해야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고 하는데 최종적으로는 파기하는 쪽으로 결정이 된 거 같다“며 "EQT파트너스가 베어링PEA에 PI첨단소재에 대한 벨류에이션을 잘못 평가한 책임을 물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EQT파트너스는 베어링PEA와는 별도로 올해 처음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EQT파트너스는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이 세운 투자전문 기업이다. 현재 SK쉴더스에 대해 2조 규모 투자를 추진 중이다. 이 거래는 서상준 EQT파트너스 한국 대표가 추진하고 있다. 서 대표는 JP모건을 거쳐 앵커에쿼티파트너스와 SJL파트너스에서 근무했다.

이번 사태로 베어링PEA는 물론이고 EQT파트너스의 향후 국내 투자 행보에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SK쉴더스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I첨단소재 거래와 관련된 자문단과 국내 기관투자가들도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PI첨단소재의 자문단은 인수 측은 BoA메릴린치, 매각 측은 JP모간이 맡았다. 거래가 종결되는 대로 거래 성사 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이들은 거래 종결을 앞두고 된서리를 맞게 됐다. 글랜우드PE의 블라인드 펀드에 출자했던 국내 기관투자가들 역시 투자금 회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IB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업계 차원에서 사모펀드에 대한 신뢰를 크게 추락시킨 사례"라며 "수십조원을 굴리는 대형 운용사도 이런 결정을 하는데 중소형 운용사의 경우 거래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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