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서 김장 담그고 삼겹살에 소주…한복 입은 女 정체

입력 2022-12-23 13:28   수정 2022-12-23 14:08


최근 미국 연방의회에서 한 여성이 한복을 입고 김장을 하는가 하면 삼겹살을 먹으며 소주를 마시는 모습이 공개됐다.

한국화가 김현정 작가의 작품을 통해서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연방의회 도서관(Library of Congress)에서 처음으로 열린 '김치의 날' 행사에서 초대 전시회를 연 김 작가는 이 같은 작품을 최초로 선보였다. 농림축산식품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미주한인이민사박물관, 김치 수출협의회는 한국이 김치 종주국임을 알리기 위해 처음으로 '김치의 날' 기념행사를 기획하고 김 작가의 작품 전시회를 열었다.

이날 전시된 김 작가의 작품은 총 5점. 각종 전시회에서 한복을 입고 등장하는 그의 모습처럼 김 작가의 작품 속 인물 모두 한복을 입고 등장한다. 이들 모두 김 작가의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한복을 입은 채 김장을 하고 삼겹살 쌈을 먹는 모습뿐 아니라 마치 오늘 이사라도 한 듯 우체국 박스 위에서 짜장면과 탕수육을 올려놓고 먹는가 하면, 분식집 앞에서 떡볶이를 먹으면서 지나가는 모습을 담은 작품도 전시됐다. 모두 매우 한국적이면서도 익숙하고, 또 유쾌한 광경이다.
"그림 통해 김치가 한국 것임을 알리겠다"
김 작가는 22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화가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바로 그림을 통해 김치가 한국의 것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일"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세계 많은 사람이 김치가 한국의 것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고, 앞으로도 한국의 문화 사절단으로서 계속해서 이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자신들이 김치 종주국이라는 주장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어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지난달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환구시보 등 중국 관영매체들이 '월드컵 시작 전 한국 선수들보다 김치가 먼저 카타르에 도착했다' 등 기사를 쏟아내자 중국 누리꾼들은 "한국은 중국 문화를 모방하고 조작해 자신들의 문화라고 노략질하는 심각한 수준의 국가"라고 주장했다.


이번 행사는 지난 7월 연방의회에 '김치의 날'을 미국 공식 기념일로 지정하고자 발의된 결의안 통과에 힘을 싣기 위해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결의안을 발의한 캐롤린 멀로니 연방 하원의원을 비롯해 다수의 미국 의원들이 참석했을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김치의 미국 수출은 2011년 279만달러에서 지난해 2825만달러로 10배 수준으로 증가했을 정도로 미국에서 김치는 인기다.

이날 미 의원들은 김 작가의 작품을 보고 한국 문화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한국 화가로서 한국의 문화를 널리 알리고, 한국에 대한 문화와 역사를 다시 한 번 미국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면서 "초대받은 미국 대학 순회 강연에서 한국의 고유 문화, 관습, 역사의 의미를 되새기며 한국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한복 입고 동시대성 강조…"일탈·유쾌함 주고 싶다"

김 작가는 참신한 발상과 주제, 표현기법을 통해 주목받고 있는 한국 화단의 유망주다. 한복을 입고 일상생활을 하는 여성을 주제로 현대인의 관심사를 개성 있게 표현한다. 한국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으며 현재 서울특별시 홍보대사와 희망브리지 홍보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17년에는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발표한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의 문화 외교단'을 자처한 김 작가의 작품에는 한복이 매번 등장한다. 그 또한 각종 전시회에서 한복을 입고 등장한다. '김치의 날' 행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평소 어머님이 즐겨 입던 한복의 아름다움이 제 작품의 모티브가 됐다"면서 "전통의상인 한복을 입고 동시대성을 상징하는 물건을 사용하는 모습으로 대비를 보여주면서 우리가 무의식중에 당연하다 받아들이고 있는 통념에 충격을 주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자유로운 일탈과 유쾌함을 전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아이디어란 생활과 경험에서 불현듯 떠오르고, 그것이 보편적일 때 사랑받는다"면서 "사실 삶이란 그리 대단한 일의 연속이 아니라, 일상들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 내는 재미있는 현상들"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김치의 날' 행사에서 선보인 작품을 포함해 그의 대표적인 작품 시리즈명은 '내숭이야기'. 그는 "작업 중 끼니를 거르다가 쓰러지겠다 싶은 순간에 전투적으로 섭식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내숭이구나'라는 생각으로 작품을 만들게 됐다"고 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 중 하나가 손에 감자튀김 기름을 묻히지 않기 위해서 빨대로 감자튀김을 집어 먹는 모습을 형상화한 '투혼'이다.

이어 그는 "내숭하면 여성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내숭은 원래 성 중립적인 단어"라면서 "내숭은 단지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에 따라, 자신이 모자란 부분을 감추고 좋은 모습을 보이고자 하는 데서 나타나는 '불일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의 작품 속 한복은 속이 비친다. 저고리 부분은 한지로 콜라주 형태로 만들고, 치마 부분은 수묵으로 농담(濃淡)을 주어 표현한다. 그는 "내숭을 표현하고자 속이 비치도록 표현했다"면서 "'속이 훤히 들여다보인다'는 내숭에 대한 관객의 통찰을 유도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창업가이기도 한 그는 'H&A CENTER'라는 이름으로 아트 크리에이티브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영화, 섬유예술, 사회과학, 이공계, 디자이너 등 여러 전공을 가진 연구원과 함께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그의 작품을 활용한 이모티콘도 카카오톡에서 쓰일 수 있도록 개발했다. 한국화의 대중화를 위해서다.

향후 계획에 대해 김 작가는 "K팝, K드라마, K무비 등 한국의 문화가 세계에 알려지고 있다. 이제는 K아트의 차례"라면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한국화의 이미지가 세계적으로 인식되는 새로운 브랜드로 정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해외에서 전시와 강연을 통해 한국 문화를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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