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성수 vs 어지러운 건대입구…이웃골목 운명, 콘텐츠가 갈랐다

입력 2022-12-25 17:54   수정 2022-12-26 00:15

서울 성동구 성수이로7길은 차 한 대가 간신히 들어가는 5m 폭 도로지만 어떤 불법 건축물도 없이 깨끗하다. 이곳에 들어선 12채 건물은 건축선 경계 뒤로 물러나 보행자에게 충분한 공간을 내주고 있다. 2호선 성수역과 한 정거장 차이인 광진구 건대입구역 주변 대부분의 골목은 불법 확장 건물들이 어지럽게 들어서 보행로를 침범하고 있다.

성수역과 건대입구역, 나란히 맞닿아 있는 두 번화 상권의 상반된 풍경이다. 두 상권이 속한 성동구와 광진구의 다른 골목길 관리가 이 같은 차이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콘텐츠 접목해 깔끔해진 성수
한국경제신문의 서울 8대 상권 분석 결과 성수역 상권에는 총 22개 골목(건물 수 233개) 중 불법 건축물을 포함한 골목길이 9개에 불과했다. 불법 골목길 비율이 40.9%로, 8개 상권 중 가장 낮다. 반면 서울지하철 2호선 한 정거장 차이인 건대입구역 상권은 32개 골목(건물 수 206개) 중 25개 골목이 불법 건축물을 포함하고 있었다. 78.1%로, 종로3가에 이어 두 번째로 불법 골목길 비율이 높았다.

성수역 인근 상권은 건물주들의 자발적인 도로 정비가 활발한 곳으로 유명하다. 이는 성수동 일대 자리 잡은 깔끔한 이미지의 ‘뉴트로’(새로움과 복고를 합친 신조어)풍 건물이 값이 더 나가기 때문이다.

성수역 인근 공인 관계자에 따르면 2010년대 초반 3.3㎡당 3000만원 수준의 성수동 일대 건물 가격이 최근에는 1억5000만~2억원 수준으로 치솟았다.

성동구는 이런 뉴트로 콘텐츠가 성수동 골목에 자리 잡는 데 오랜 기간 공을 들여왔다. 2000년대에 시멘트, 레미콘 기업들이 공장을 놓고 성수동을 떠나자 예술가들이 그곳에 자리 잡기 시작했고, 이를 기회로 성동구는 2017년 성수동 일대를 뉴트로풍으로 꾸미는 ‘지역문화 특화가로 조성’ 사업을 시작했다. 수제화패션 거리, 기동차역사탐방 거리 등을 조성하고 골목마다 역사에 맞는 뉴트로 감성이 잘 묻어나오도록 했다.

16년째 성동구 연무장길에서 4층짜리 건물을 소유 중인 김모씨(65)는 “무리한 증축·확장보다 트렌드에 맞게 건물을 깔끔히 관리하는 편이 더 낫다”고 말했다.
‘무색무취’ 어지러운 건대입구
반면 건대입구역 인근 상권은 도로가 어지럽혀져 있었다. 건대 맛의 거리와 이어지는 화양제일 시장에는 불법 가판대가 빽빽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한 족발집은 본건물에서 1.5m 넓힌 가건물로 가게를 확장했다.

상권 변화를 그대로 방치한 광진구의 실책이라는 분석이다. 건대입구역 인근 상권은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역과 매우 근접한 지역에만 상권이 형성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가들이 일반주거지역(용적률 250%)을 침범하기 시작했다.

건대입구역 인근은 성수동처럼 특색 있는 콘텐츠가 없기에 면적이 넓을수록 임대료가 높아지고, 임대료가 높아지면 건물값이 올라가는 통상적인 부동산 공식을 따르게 됐다. 건물주들이 부족한 용적률을 메우는 불법 증축을 하게 된 배경이다. 건대입구역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이행강제금을 내더라도 건물을 확장하면 건물값이 올라가는데 안 할 사람이 누가 있느냐”고 말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상권의 수용 수준보다 용적률 제한이 강한 곳에는 불법 증축물이 나타나는 ‘풍선효과’가 종종 일어난다”며 “건대입구역 인근 불법 증축물들은 상권 흐름의 변화를 잘 읽지 못한 지방자치단체 실수로 생겨난 결과”라고 지적했다.

구민기/원종환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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