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들어 3년 이상 정기예금 가입액이 증가한 것은 금리가 고점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중반까지만 해도 한국은행이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는 등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더 높은 금리로 갈아타려는 금융 소비자들은 3~6개월짜리 단기 예금에 앞다퉈 가입했다.
하지만 지난달 연 5%대 중반까지 올라갔던 예금금리가 연 4%대까지 내려오는 등 하락세가 감지되자 현재 금리를 장기간 고정하려는 소비자가 증가한 것으로 은행권은 보고 있다. 오경석 신한은행 신한PWM 태평로센터 팀장은 “안정적으로 금리를 유지하고 싶은 고객을 중심으로 3년 이상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예금금리 하락이 우려되거나 금리 변동성에 즉각적인 대응을 하는 게 번거롭다면 장기 예금을 선택하는 것도 좋다”고 했다. 여전히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보다 소폭 높은 편이어서 가입에 앞서 금리를 따져봐야 한다는 조언이다.
은행권은 예금금리 하락 원인으로 은행채 재발행을 꼽았다. 은행채를 통한 자금 조달이 정상화하면 예·적금 등 수신상품으로 고객 자금을 끌어올 유인이 줄어 고객에게 주는 금리도 내려갈 수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 자금담당 임원은 “은행채 재발행에 이어 예금금리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도 불경기로 인해 떨어지고 있어 예금금리가 오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은행채 1년물 금리는 지난달 10일 연 5.104%까지 올랐으나 이달 23일엔 연 4.421%까지 내려갔다.
금융 당국의 수신금리 인상 자제 권고도 금리 하락 배경으로 꼽힌다. 당국은 지난달 은행들의 수신금리 경쟁으로 시중 자금이 은행으로 쏠리자 예금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었다. 이후 은행권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된 후에도 인상분을 예금금리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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