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은 재활용까지 고려해 디자인·설계해야"

입력 2022-12-26 18:14   수정 2022-12-27 07:17

“제품이 폐기된 시점에도 지구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디자인·설계가 필요합니다.”

버나드 샬레 다쏘시스템 회장(사진)은 지난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제조업의 화두는 지속가능성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다쏘시스템은 3차원 설계와 시뮬레이션 분야 세계 1위 기업으로 자동차, 항공기, 반도체, 조선, 기계 분야 제조업체들이 신제품을 설계하거나 제품을 가상으로 테스트할 때 활용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샬레 회장은 제품이 사용하기에 편리할 뿐 아니라 폐기된 후에도 재활용이 쉽고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도록 디자인·설계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미 유럽에선 많은 생활용품 제조업체가 그런 시도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 자동차와 항공기도 같은 추세를 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에코빌(Eco-Bill)’과 ‘순환 경제(Economic Circularity)’라는 개념을 꺼내 들었다. “비즈니스를 운영할 때 매출과 비용을 따지듯이 제조하고 사용하고 폐기하는 모든 제품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득과 실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샬레 회장은 이를 두고 ‘에코빌(친환경 영수증)’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에코빌을 구현하기 위한 사회적 시스템이 순환 경제다. 샬레 회장은 “공급망 구축에서 가장 고려해야 할 요소가 에코빌을 파악하는 것이고 그다음이 ‘근거리성’과 순환 경제”라고 했다.

10년 후 디지털 대전환(DX)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에 대해선 “DX는 중요하지만, 그 자체가 목표가 될 순 없다”며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지향점은 현실 세계를 가상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가상화에 필요한 도구가 디지털 기술뿐이지만 나중에 메타버스 등 다른 도구가 나오면 새로운 도구가 더 자주 사용될 것”이라고도 했다.

샬레 회장은 현재 제조업체들이 소비자에게 불필요한 기능을 너무 많이 제품에 넣었다며 기능을 통폐합할 필요성이 있다고도 조언했다. “하이브리드카라 하더라도 소비자가 불편하게만 느껴 휘발유만 주유한다면 더는 친환경차라고 부를 수 없다”며 “제조업체들이 기능과 스펙을 과도하게 높이면서 실제 기능에 대한 고객 수요와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전기차의 경우 테슬라가 대표적인 기능 재조정 사례로 꼽았다. 그는 “기존 전기차는 너무 복잡하게 제조되고 있었다”며 “테슬라처럼 단순화된 제조 공정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차량에 공급되는 반도체도 제어시스템, 엔터테인먼트시스템 등에 중첩되는 것이 많다”며 “여러 기능 중 실제 운전자가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 기능이 많고 이런 점에서 반도체도 단순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샬레 회장은 제조업이 기업이 주도하는 경제가 아닌 소비자가 주도하는 ‘경험경제(Experience Economy)’로 전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모든 제품을 사용자 관점에서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반도체산업도 ‘누가 더 빨리, 더 많이’ 생산하는 방식이 아니라 ‘경험경제’를 기반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1980년대 다쏘시스템의 혁신적 연구개발(R&D)을 주도했던 샬레 회장은 199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방식으로만 설계한 보잉777 항공기 제작을 이끌며 유명해졌다.

1999년엔 제품의 설계·개발·생산·판매 등 전 과정을 한 번에 관리하는 ‘제품수명주기관리(PLM)’ 개념을 세계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다.

벨리지=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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