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1500만 시대’ 없어서는 안 될 사람들

입력 2022-12-28 15:27   수정 2022-12-28 15:28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 / 서진 대학생 기자] ‘#사지말고입양하세요’ SNS에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셀 수 없이 많은 유기•구조동물들의 사진이 빼곡하게 등장한다. 주인으로부터 갑작스럽게 버려지거나 주인의 손을 놓친 동물들, 길에서 병든 상태로 구조된 동물들까지, 사연도 가지각색이다.

2021년 한 해 발생한 유기 동물은 모두 11만여 마리로, 이 가운데 25.8%는 자연사, 15.7%가 안락사로 사망했다. 유기 동물 10마리 중 4마리가 보호소 안에서 죽음을 맞이한 셈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유기 동물 보호조치를 공고해야 하는 기간은 7일이다. 공고가 있는 날부터 10일이 경과해도 소유자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해당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에게 그 동물의 소유권이 이전된다. 결국 이 기한이 지나도록 입양처를 찾지 못하면 이들 대부분이 안락사 될 운명에 처한다. 언제나 포화 상태인 보호소에서 이들 한 마리 한 마리를 보살피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으로 개인 차원에서 유기 동물을 구조하고 보호를 도맡는 ‘임시 보호’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생의 제 2막을 살게 된 동물들을 따뜻한 품으로 보살피고 새집을 찾기까지의 여정을 함께하는 임시 보호자 ‘뚜오’ 씨, 박희선 씨, 추미향 씨를 만났다.

Q. 현재 보호 중인 동물, 그리고 이들과 만나게 된 계기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뚜오(뚜): ‘예박이’는 동네 공장의 마당에 묶여 있던 강아지예요. 근방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예박이와 만나게 됐어요. 열악한 환경에서 묶인 채 지내던 예박이를 며칠간 지켜본 끝에 방치된 강아지라는 사실을 알았고, 전 주인의 허락을 받아 매일 함께 산책을 했어요. 그러던 중 전 주인이 별안간 소유권 포기를 통보하면서 예박이의 거처가 하루아침에 불분명해졌죠. 갑작스러웠지만, 가족들과 상의를 거쳐 10월 예박이의 임시 보호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예박이는 2022년 1월생 진돗개 혼혈견으로 한 달 뒤면 첫 생일을 맞이해요. 산책으로 다져진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16.5kg 중형견 예박이는 겁도 경계심도, 호기심도 많은 강아지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공장 마당에 묶인 채 외롭게 생활해와서 그런지 사람을 정말 좋아해요. 졸릴 때면 가만히 앉아 눈을 마주치며 쓰다듬어 주기를 기다리는데, 그 모습이 말도 안 되게 사랑스럽습니다.



박희선(박): 1살 추정 햄스터 ‘에몽이’, 1살 추정 강아지 ‘우엉이’와 함께 살고 있어요. 8월 전북 전주 중앙중학교에서 유기된 햄스터 에몽이를 구조해 왔습니다. 에몽이는 호기심 넘치지만 겁도 많아 움직이지 않는 새로운 물건에 관심이 많은 탐험가 스타일의 햄스터예요. 쳇바퀴 위에 베딩을 쌓는 창의적인 인테리어에 도전하고 삐약삐약 노래도 부르는 다재다능한 친구랍니다.




우엉이는 광주 비엔날레 개 농장에서 광주동물보호소를 통해 구조됐고, 12월 중순부터 임시 보호를 시작했어요. 구조 초반에는 사람을 무서워해서 사람이 있을 때는 움직이지도 않았고 입질하기도 했지만, 임시 보호 후 일주일 만에 사람만 보면 프로펠러처럼 꼬리를 빙글빙글 돌리는 천방지축으로 변한 적응왕 강아지예요.




추미향(추): 2022년 9월 초 출생으로 추정되는 ‘빵식이’는 3개월령의 활발한 수컷 아기 고양이입니다. 산책 중도로 한가운데 고립된 새끼고양이를 발견한 것이 빵식이와의 첫 만남이었어요. 밤새 어미가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인근 주민으로부터 어미의 로드 킬 소식을 전해 듣고 그 길로 빵식이를 집으로 데려오게 됐어요. 빵식이는 친화력이 좋아 집에 있는 다른 고양이와도 잘 어울려 노는 활달한 성격의 고양이예요. 먹성도 좋아요. 초유부터 키튼 사료까지 주식을 단계별로 바꿔 왔는데, 가리는 것 없이 다 잘 먹어 줬거든요.

Q. 임시 보호자는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요.

박: 임시 보호자가 하는 일은 입양자가 초기에 하는 일과 비슷해요. 이에 더해, 임시 보호자는 보호하는 동물의 사랑스러운 점을 찾아 입양을 홍보하는 일을 겸하게 되죠. 에몽이와는 주기적인 케이지 청소와 병원 진료를 대비한 짧은 핸들링을 주로 하고, 우엉이와는 전반적인 건강 관리와 사람과 잘 지내는 연습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추: 빵식이에게 때맞춰 밥을 공급해주고, 다양한 장난감을 활용해 놀아주고 있어요. 어느 가정에 가더라도 잘 지낼 수 있게 발톱 깎기, 양치하기 등의 기본적인 관리를 하며 어느 정도 손을 타도록 훈련도 해요. 그리고 틈나는 대로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 SNS에 올려 입양 홍보를 하고 있죠.

Q. 임시 보호 과정에서, 혹은 임시 보호자로서 갖춰야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뚜: 단연 마음가짐입니다. 단순한 동정심과 연민만으로는 부족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넉넉한 시간과 경제력도 물론 필요하지만, 혼자만의 휴식, 여행 등 일상에서 포기해야 되는 일들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물론 그보다 값지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기에 후회는 없습니다만, 임시 보호를 고민하는 모든 분이 이 사실을 염두에 두셨으면 해요. 순간의 감정만으로 결정하기엔 한 생명이 달린 무거운 일이니까요.



박: 애정과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알아가려는 노력이 축적될수록 이해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최재천 교수님의 말을 좋아하는데요. 사람마다의 성격과 경험이 모두 다르듯이 동물들도 마찬가지거든요. 임시 보호하고 있는 동물을 알아가기 위해 애정으로 공부하며 시간과 노력을 쏟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Q. 임시 보호를 하면서 힘든 적도 있었을 것 같아요.
박: 임시 보호 중 에몽이나 우엉이를 보며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입양을 가야 하는 유기 동물들이 세상에 너무 많다고 느꼈을 때 참 막막했어요. 유기되고 학대당하는 동물들의 수는 너무 많은데,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에는 늘 한계가 있다고 느끼고 있어요.

뚜: 강아지와 살아본 적이 없다 보니 일상적인 순간조차 내가 옳게 하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고, 혹시라도 예박이가 아픈 건 아닐지 매분 매초 걱정이 돼요. 병원비를 포함한 경제적인 부분 역시 각오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더 많은 금액이 들어가니 아찔하더라고요.

추: 눈도 뜨지 않은 어린 빵식이를 보호하느라 수면 부족에 시달릴 정도였어요. 다 큰 고양이가 아닌 어린 고양이는 손이 엄청나게 많이 가거든요. 그리고 임시 보호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데 입양 문의나 신청이 지지부진해 조바심이 나기도 해요.

Q. 반면 보람된 순간은 언제였나요.

추: 빵식이가 잘 먹고, 잘 놀고, 잘 자고, 건강한 배변을 할 때마다 뿌듯해요. 앞으로 아이가 좋은 가정을 만나고, 그곳에서 새로운 입양자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보다 더 한 보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뚜: 가장 큰 보람을 느꼈던 건 예박이가 저를 보호자로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이었어요. 병원이라는 낯선 곳에 처음 방문해 예민한 상황에서도 나에게만은 의지한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되었던 날이요. 저만의 일방적인 애정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돼 큰 보답을 받은 기분이었답니다.

Q. 임시 보호에도 입양만큼 큰 고민과 책임이 뒤따를 것 같은데요. 그런데도 임시 보호를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뚜: 어느 날 버스 광고판을 통해 한 해에 안락사로 죽는 강아지의 수가 경기도에서만 약 7천 마리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뻔한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임시 보호를 해야만 하는 이유는 저의 손길로 그 중 한 마리라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임시 보호가 끝을 알 수 없는 여정이라도, 제가 보호하는 동물이 살아갈 앞으로의 삶은 임시 보호 기간보다 훨씬 길 테니까요. 동물들이 제게 주어진 삶을 다 살고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추: 우리나라는 동물보호법이 미흡해서 길에서 고통받는 생명들이 많습니다. 로드 킬은 물론이고 더위와 추위, 굶주림, 게다가 동물 학대까지, 많은 동물이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어요. 이들 모두를 품을 수는 없지만, 도로 한복판에 고립되는 등 인간이 도움을 줘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아이들을 그냥 지나치기란 쉽지 않더라고요.

Q. 임시 보호 또는 유기 동물과 관련해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박: 사실 임시 보호에 어떤 대단한 결심과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제가 임시 보호에 임하게 된 것도 가까운 곳에서 ‘제가 도울 수 있는’ 동물을 무시하고 일상을 이어갈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이 장기 임시 보호 및 금전적 후원 말고도 단기 임시 보호, 안 쓰는 이불 보내기, 사료 보내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호소의 동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햄스터 에몽이는 장기 임시 보호를 진행 중이므로 평생 입양을 가지 못하면 어떻게 하냐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 매번 우스갯소리처럼 “죽을 때까지 임시 보호하는 거지, 뭐”하고 대답합니다. 장기 임시 보호의 경우 입양과 같은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햄스터는 보호소에서 다른 동물들과 함께 보호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임시 보호가 필수적입니다. 유기 햄스터들은 비영리 단체인 한국 햄스터 보호 협회와 ‘컷오프 프로젝트’를 통해 임시 보호 및 입양 홍보가 이뤄지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뚜: 유기 동물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결국 이들도 똑같은 동물이고, 사람과도 별반 다르지 않아요. 사람에게 저마다의 성격이 있듯 동물들도 마찬가지일 뿐입니다. 유기 동물 입양을 겁내지 않으셨으면 해요.

추: 천만인 반려동물 시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고통스러운 생을 이어가는 동물들이 많아요. 가장 먼저 생명 매매 문화가 근절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매체에서 많은 분이 이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단순히 ‘몰랐다’는 변명 아래 덮어둘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생명 매매 금지, 동물보호법 등의 법안 마련 및 보완이 시급해요. 더 이상의 유기와 동물 학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꾸준히 관심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길에 있는 생명도 안전하게 잘 지낼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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