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승우의 지식재산 이야기] 칩4 동맹, 대한민국의 다음 카드는?

입력 2022-12-28 17:54   수정 2022-12-29 00:08

반도체 칩4 동맹이 드디어 효과를 거두는 것일까? 최근 도산하는 중국 반도체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등록 말소한 반도체 기업은 3420개로 4년 만에 여덟 배 증가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파산 위기에 몰렸다가 결국 국유화의 길에 들어섰다.

미국은 왜 칩 제재를 선택했는가? 2018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식재산 ‘도둑질’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중국 수입품에 유례없이 높은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무역전쟁이 시작됐다. 이후 미국은 수출 제재 대상을 ‘중국제조 2025’ 계획을 통해 중국이 육성하려는 항공우주, 정보통신, 로봇, 선박, 반도체 등 첨단기술 제품에 집중했다. 이 전쟁을 ‘기술 패권’으로 부르는 이유다. 그리고 ‘칩(chip)’은 중국의 10대 미래 산업이 요구하는 필수요소이므로 칩 통제만으로도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은 이러한 제재와 더불어 칩의 자국 생산력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반도체와 과학법(Chips & Science Act)’ 제정을 통해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5년간 330조원을 투자하고, 25% 투자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미국이 이토록 자국 생산력에 간절한 이유는 무엇일까? 반도체는 TV, 스마트폰, 자동차, 컴퓨터 등 일상의 전자기기 대부분에 사용될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첨단무기, 에너지, 바이오 등 미래 산업의 핵심 부품이기 때문이다.

기술 패권 전쟁의 핵심 '반도체'
칩은 국가 안보뿐만 아니라 미래 생존과도 직결된다. 한국전쟁 연구로 저명한 박명림 교수는 미국이 북한을 선제 타격하지 못할 이유 중 하나로 삼성전자의 반도체를 든다. 대체 불가 기술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대책 논의 끝에는 항상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 있다.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TSMC가 53.4%이고, 삼성전자가 16.5%다. 글로벌 1, 2위 기업이 하필이면 세계의 화약고에 자리해 있다.

이제 현실적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전자는 20년간 미국에 약 250조원을 투자해 11개 공장을 짓기로 했고, SK하이닉스는 내년 초 공장 부지를 선정한다. 칩 노하우와 인력도 같이 이동하는 것이다. 이 같은 지원을 받은 미국이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생산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되는가? 10년 뒤에도 한국은 지금처럼 중요한 국가로 남을 것인가? 미국을 위한 헌신적인 지원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에게 남은 비장의 카드는 무엇인지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정부 지원 선택과 집중 필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2대 전략기술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와 같이 우리가 앞서가는 분야도 있지만 우주항공, 첨단로봇, 첨단바이오, 양자, 인공지능, 수소 등과 같이 뒤처진 분야가 대부분이다. 미래를 위해 이 모든 분야(50개 세부 중점 기술)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소위 ‘대체 불가 기술’ ‘초격차 기술’이라는 이름표를 붙이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절대적이다. 한정된 재원으로 효과를 내려면 다음 히든카드로 쓸 2~3개의 핵심 기술을 정해 민관이 함께 거침없는 투자와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 대체 불가 기술 선정 시 단순히 미래 기술이라는 이유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기술 확보의 난이도, 산업 성장에 미치는 영향, 특허·대외 경쟁력 등을 살펴봐야 하고, 무엇보다 ‘안보성’을 중시해야 한다. 수출 규제나 공급망 차단 같은 사태가 발생할 때 대체 불가능해 대외 협상력을 높여주는 것이어야 하며 현실적으로 한국이 확보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하루하루의 현안에 매몰된 나머지 다음 세대를 위한 장기적 안목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돌아볼 때가 됐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반도체 특별법’만 보더라도 국가 첨단전략산업에 시설 투자하는 경우 세액 공제가 기존 6%에서 고작 2% 상향한 8%에 불과하다. 중국은 말할 것 없이 미국·대만의 25%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현 상황을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를 보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한다는 외침은 공허하고 불가능해 보인다.

손승우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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