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땐 재벌개혁 동원, 이번엔 인사개입…국민연금發 '기업수난 시즌2'

입력 2022-12-29 18:30   수정 2022-12-30 02:16

마켓인사이트 12월 29일 오후 5시32분

민간 기업 압박에 국민연금이 동원되는 ‘수난사’가 이번 정부에서도 재연되고 있다는 불안감이 경영계에 퍼지고 있다. 국민연금이 민간 기업 KT의 최고경영자(CEO) 인사를 정조준하면서다. 전임 문재인 정부 땐 소위 ‘재벌 개혁’에 국민연금을 활용했다면 윤석열 정부는 KT, 포스코와 대형 금융지주 등 민영화된 소유분산기업 인사에 개입하는 데 국민의 노후 자금을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122조원을 굴리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지분 5% 이상 보유 기업은 264개, 10% 이상 보유 기업은 45개에 달한다. 민간 기업 인사에 대한 국민연금의 ‘실력 행사’에 재계 전체가 긴장하는 이유다.
“‘인사 찍어내기’에 국민연금 동원”
이상 기류가 감지된 건 지난 8일이다. 올 9월 선임된 금융위원회 출신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이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자청한 뒤 소유분산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소유분산기업) 회장 등을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고착하고 후계자를 양성하지 않는다든지, 현직자 우선 심사 같은 차별과 외부 인사 허용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는 건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당시만 해도 스튜어드십코드의 세부 원칙을 일부 개정하겠다는 원칙론적 발언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27일 갓 임명된 서원주 기금운용본부장(CIO)마저 취임 일성으로 소유분산기업 CEO 인사를 거론하면서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서 본부장은 이들 기업의 CEO 인사를 위해 “이사회가 아니라 명망 있고 중립적인 새로운 사람들로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투명하고 공정한 경선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날에는 KT 이사회가 복수 후보를 심사한 뒤 구현모 대표를 차기 CEO 최종 후보로 선정하자 곧바로 반대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민간 기업 CEO를 공모를 통해 뽑아야 한다는 주장이 주주가치 증대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전임 정부에서 선임된 CEO를 끌어내리기 위해 국민연금이 동원된 것으로밖에 해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前 정부도 최소한의 절차는 지켰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의결권 행사에 대한 내부 절차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은 기업이 주주총회 안건을 공시한 뒤 세부적으로 분석에 나선다. 안건 의안 분석, 준법감시 검토, 의결권 행사 방향 결정으로 이어지는 순서다. KT는 아직 주총 안건이 공시되지 않아 기초 참고자료인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도 없다. 취임 이틀차인 CIO가 KT 인사에 대한 직관적인 판단에 따라 의결권 행사 방향을 제시한 셈이다.

모든 의결권 행사 방향을 기금운용본부가 결정하는 것도 아니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요구하면 기금운용본부는 의결권 행사 권한을 넘겨야 한다. 기금운용본부장이 전권을 갖고 있지도 않은 의결권 행사에 대해 주총을 3개월여 앞둔 시점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국민연금을 재벌개혁에 동원한 전 정부에서도 최소한의 절차는 지켰다는 게 국민연금 안팎의 지적이다. 기금운용위원회와 산하 전문위원회의 내부 검토 끝에 수위를 낮추거나 백지화한 주주권 행사와 책임투자 정책도 다수였다. 김원식 건국대 명예교수는 “KT 이사회는 나름의 절차를 거쳐 구 대표를 차기 CEO 후보로 확정했는데 국민연금은 공론화 절차도 건너뛰고 반대 메시지를 내놓은 건 더욱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구 대표에게 불만이 있다면 주총 안건에 반대 의사를 밝히거나 선호하는 CEO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하면 될 일”이라며 “이사회까지 무시하고 장외에서 목소리를 내는 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류병화/차준호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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