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교토삼굴(狡兎三窟)의 지혜

입력 2023-01-01 17:48   수정 2023-01-02 00:31

토끼는 초식 동물이다. 먹이 사슬의 최하단에 위치한다. 사방이 천적이다. 호랑이와 삵, 독수리, 매, 심지어는 부엉이까지. 다산(多産)과 방어는 자연스러운 생존 전략이다. 토끼의 임신 기간은 25~28일로 채 한 달이 안 된다. 한 배에 4~8마리씩 임신한다. 출산한 다음날 바로 임신이 가능하다. 암컷은 한쪽 자궁이 차면, 반대편으로도 새끼를 밴다. 이런 식으로 1년에 수차례 출산한다. 높은 번식력은 천적이 없으면 ‘재앙’이 된다. 인간 외에 천적이 없는 호주에서는 한 목축업자가 1859년 사냥용으로 들여온 토끼 24마리가 160여 년 만에 2억 마리로 불어났다. 호주 정부는 생태계 교란의 주범인 토끼를 박멸하기 위해 총알과 바이러스로 전쟁을 벌였으나 참패했다.

토끼 지능은 아이큐 50 정도다. 웬만한 훈련이면 인간 언어에 반응하고, 배변을 가리고 장애물 통과도 가능하다. 전래동화에서도 ‘꾀 있는’ 동물로 자주 등장한다. 뭍에 빼놓은 간을 가지러 간다며 용왕 손에서 벗어난 게 토끼다. 신라 김춘추가 이 같은 구토설화(龜兎設話)를 듣고, 같은 계략으로 고구려에서 탈출했다는 일화가 삼국사기에 실려 있다.

2023년 계묘년(癸卯年)을 맞아 여기저기서 토끼와 관련한 덕담과 고사성어가 많이 들린다. 대표적인 게 교토삼굴(狡兎三窟) 고사다. 트렌드 전문가 김난도 서울대 교수도 저서 <트렌드코리아 2023>에서 이 고사를 올해의 열쇠 말로 제시했다. 교토삼굴은 ‘영리한 토끼는 세 개의 굴을 판다’는 뜻이다. 중국 제나라 맹상군이 식객이 제안한 세 개의 계책으로 재상 자리도 되찾고, 나라도 지킬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실제로 토끼들은 방어를 위해 평균 1.5m 길이의 굴을 파는데 유사시에 대비해 비상구도 만들고, 다른 굴들과의 통로도 마련한다니 전혀 허튼 얘기는 아닌 듯싶다.

다중 리스크의 시대다. 경제는 복합경제위기로 빨려 들어가고 있고, 외교·안보 지형도 글로벌 파워 간 대치로 ‘시계 제로’다. 개인들의 재테크 차원이든, 기업과 국가의 생존전략 차원이든 예측하지 못한 리스크에 대비해 2중, 3중의 굴을 파놓아야 한다. 교토삼굴의 지혜라면 위기를 기회로 못 만들 이유가 없다.

박수진 논설위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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