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화장은 권리…빨간 립스틱 바를 자유를 달라"

입력 2023-01-05 13:50   수정 2023-01-05 13:54

“기운차고 강해 보여야 할 때, 화장은 당신에게 힘을 줄 것이다.”

언뜻 보면 지금 이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의아한 말이다. 화장을 ‘꾸밈 노동’으로 구분 짓고, 외적인 모습보다 내적 자신감과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현 세태엔 어긋나는 시대착오적인 말이다. 특히 ‘여성=화장’이라는 코르셋을 벗어던져야 한다는 시각이 여성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데 반하는 말이기도 하다.



<메이크업 스토리>에서 리사 엘드리지는 화장에 대한 이 같은 부정적인 인식을 인정한다. 그는 ‘화장으로 먹고사는’ 세계적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자 화장품 브랜드 랑콤의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현대에서 화장은 ‘여성의 사회적 아름다움’에 맞추기 위한 것으로 작용한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화장품을 비롯한 미용 산업이 여성을 옥죄고 획일화된 미적 기준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저자는 화장이 정체성이나 개성을 드러내게 하고, 자신감을 심어주기도 한다고 강조한다. “좋은 교육을 받을 권리 그리고 빨간 립스틱이나 스모키 아이섀도를 바를지 말지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여성에게 커다란 힘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보다 본질적인 화장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화장품의 기나긴 역사를 풀어냈다.

화장의 역사는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류학자들은 인류가 얼굴과 몸에 무언가를 바르기 시작한 최초의 목적은 자신과 부족을 보호, 위장하거나 의식을 위한 것이었다고 말한다. 고대인들은 얼굴에 색을 칠하면서 소속감과 유대감을 확인했고, 적에게 용맹함을 드러냈다. 이집트인의 화장에는 종교적 의미와 눈병 예방이라는 신체 보호의 목적이 담겨 있었다. 저자는 “화장이 용납될 수 없는 것으로 비난받던 시기는 여성이 가장 억압받은 시기와 대부분 일치한다”며 “화장이 활성화된 고대 이집트의 여성들이 수백 년 후보다 더 나은 자율권을 갖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책에 따르면 인류학자 앤드루 스트래선은 <맨 애즈 아트>에서 뉴기니 부족의 얼굴과 몸 페인팅에 관해 연구했다. 여성의 문양과 대비되는 남성의 문양은 그들의 지위를 나타냈다. 이런 장식은 외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집단의 정체성과 성적 매력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또한 빨강, 하양, 검정 세 가지 색이 고대에서 어떻게 쓰였고 어떤 정치적 의미를 갖고 있는지 알려준다.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 엘리자베스 1세, 측천무후 등 시대를 지배했던 여성과 오드리 헵번, 매릴린 먼로 등 ‘화장의 뮤즈’로 떠올랐던 아이콘들을 통해 그들이 추구했던 독창적인 이미지와 시대상에 반영된 화장법도 두루 다룬다.

상업적인 화장품 제조 사업은 18세기 프랑스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세기 중반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들이 탄생한 건 그동안 소수 특권층을 위한 것이었던 화장품이 대중을 위한 것으로 변화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과거 프랑스 상류층은 남녀 모두 화장을 했다. 프랑스 혁명 후 남성의 화장은 엄격하게 다뤄졌다. 진한 화장 역시 구시대 질서로 여겨져 대중에게 외면받았다.

이같이 정치적·사회적으로 진한 화장을 거부하는 현상이 나타났지만, 자기 개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따라서 한 듯 안 한 듯한 화장법이 등장하는 등 시대의 욕구에 따라 화장법은 계속 변화해 왔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지금, 화장이 단순히 얼굴을 꾸미기 위한 행위에 그친다고 할 수 있을까? 저자는 화장의 1차원적 정의를 버리고 그 안에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다양성을 담는다면 ‘권력 분산의 수단’이 될 것이라 말한다. 이는 여성은 물론, 남성들도 포함되는 얘기다.

이금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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