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리스크 낮고, 수익률 높은…'완벽한 포트폴리오' 찾아나선 사람들

입력 2023-01-06 17:35   수정 2023-02-05 00:03


1990년 63세의 경제학자 해리 마코위츠가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1952년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MPT)’을 창안한 공로 덕분이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 격언은 17세기에도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나눠 담아야 하는지 속 시원하게 말해준 사람은 마코위츠가 처음이었다. 이후 학자들 사이에선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찾기 위한 여정이 시작됐다.

<퍼펙트 포트폴리오>는 그 역사를 담은 책이다. 마코위츠부터 윌리엄 샤프, 유진 파마, 존 보글, 마이런 숄스 등 투자 이론에 큰 족적을 남긴 10명의 쟁쟁한 인물이 등장한다. 책은 ‘완벽하고도 이상적인 투자 자산 포트폴리오는 과연 존재할까’란 질문에 답을 찾아 나선다. 저자 중 한 명인 앤드류 로는 미국 MIT 경영대학원 교수. 투자자들이 평소엔 합리적이지만 시장 패닉이 발생할 땐 비이성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는 ‘적응적 시장가설’로 유명한 금융공학 분야 석학이다.

현대 포트폴리오 이론은 위험(risk)은 낮고 기대수익률은 높은 포트폴리오가 이상적이라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상식적인 가정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위험과 기대수익률은 같이 움직인다. 주식은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지만 손실 위험도 크다. 채권은 안정적이지만 ‘대박’을 기대하기 힘들다. 주식 중에서도 중소형주와 비상장 주식은 위험이 큰 만큼 기대수익률이 높다.

여러 투자 자산 조합 중에 그래도 위험 대비 기대수익률이 높은 조합은 있을 터였다. 마코위츠는 수학이나 경제학에서 많이 쓰이는 ‘최적화’를 이용해 이를 계산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포트폴리오 이론의 중요한 함의는 분산 투자다. 마코위츠의 방정식에 따르면 많은 종목을 담을수록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이 낮아졌다. 단 서로 상관관계가 낮은 종목이나 자산이어야 한다.

그다음에 마코위츠의 제자인 윌리엄 샤프가 등장한다. 주식 투자자들에겐 샤프 비율(위험 대비 수익률)로 익숙한 인물이다. 그는 스승의 뒤를 이어 이상적인 포트폴리오를 찾기 위해 연구했는데, 그 과정에서 ‘자본자산가격결정모형(CAPM)’을 발명했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내용은 간단하다. 바로 기대수익률을 구하는 공식이라는 점이다.

너무 간단했던 탓일까. 학계의 첫 반응은 미지근했다. ‘저널 오브 파이낸스’에 논문을 투고했는데 거절당했다. 편집장이 바뀌고 나서야 실렸다. 지금은 누적 2만6000회 인용된 논문이다. CAPM이 단순성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비판을 받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 간결함으로 인해 누구나 쉽게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계산할 수 있게 됐다. 책은 “소위 ‘전문가’와 ‘총잡이’의 손에 놀아나던 투자를 개인투자자에게 열어줬다”고 평가한다.

‘최적의 포트폴리오’에 대한 학자들의 견해는 조금씩 다르지만 큰 틀은 같다. 바로 분산 투자의 중요성이다. 마코위츠는 “분산 투자가 최고”라고 했다. 샤프는 아예 “시장 전체에 투자하라”고 했다. 퀀트 투자의 중요한 요소인 ‘팩터 투자’를 처음 들고나온 유진 파마는 “시장에 투자하되 가치주와 중소형주를 추가로 담으면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존 보글은 “그냥 인덱스 펀드에 돈을 넣어둔 뒤 잊어버리라”고 했다. 옵션 가격을 산정하는 ‘블랙 숄스 모형’을 고안한 마이런 숄스는 “완벽한 포트폴리오는 리스크 관리가 전부”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덱스 펀드에 회의적이었는데, 거품이 많이 낀 시기에 특정 섹터의 비중이 너무 높아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제레미 시걸은 “주식에 장기로 적립식으로 투자하라”고 말했다.

저자의 결론은 다소 힘이 빠진다. “이 세상에 완벽한 포트폴리오는 없다”는 것이다. 수긍이 안 되는 건 아니다. 시장은 계속해서 변하기 때문이다. 투자자의 관점에 따라 완벽한 포트폴리오의 정의가 달라지기도 한다. 책 말미에 ‘완벽한 포트폴리오를 짜는 7가지 원칙’과 ‘투자자의 16가지 유형’을 소개하는데 실질적으로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은 아니다.

책 자체도 독자에 따라 좋은 책이 될 수도, 실망스러운 책이 될 수도 있겠다. 전문가들에겐 다 아는 뻔한 이야기로, 초심자에겐 어렵고 무미건조한 이야기로 비칠 수 있다. 적당한 깊이로 금융이론의 역사를 알고 싶은 독자에게 적당한 책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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