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지속으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한 전국의 유명 호텔들이 주상복합과 오피스텔 등 주거시설로 속속 변신하고 있다. 도심 번화가에 있는 호텔 부지에 고급 주택을 지으려는 건설·시행사와 사모펀드가 앞다퉈 개발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 방역조치 강화로 중국발 수요 회복이 더뎌질 것으로 예상돼 주요 호텔의 폐업과 재건축 사례는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 역삼동 르메르디앙호텔은 현대건설 등이 최고 31층 대형 상업·업무·주거 복합시설을 짓기로 하고 인허가 작업에 착수했다. 강남의 첫 특급호텔이었던 반포동 쉐라톤서울팔래스호텔도 개발 대상이다. 시행사 더랜드는 2021년 폐업한 뒤 그 부지에 고급 아파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시행사 미래인도 청담동 프리마호텔 자리에 고급 빌라 건설 사업을 추진 중이다. DL그룹도 코로나19 사태를 못 버티고 논현동 글래드라이브강남호텔을 매각했다. 시행사 티마크가 이 부지에 주거용 오피스텔을 건설 중이다.
서울 이태원동에서 40여 년간 운영된 크라운호텔은 현대건설과 코람코자산신탁 등에 팔려 150가구 규모의 아파트와 주거용 오피스텔로 탈바꿈한다. 독산동 노보텔앰배서더 부지에선 주상복합(284가구) 공사가 한창이다.
호텔 부지에 고급 주거시설을 짓는 이유는 입지 여건이 뛰어나 선호도가 높아서다. 이들 호텔은 지하철역과 상업시설 등 기반시설이 잘 갖춰진 게 공통점이다. 2015년 매각된 청담동 엘루이호텔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고급빌라 ‘펜트하우스 PH129’로 바뀐 뒤 유명 연예인과 운동선수들이 입주하며 유명해지고 있다.
호텔의 주거시설 변신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계속되는 관광업 부진으로 폐업을 고민 중인 호텔이 적지 않아서다. 서울 논현동에서 32년간 영업해온 5성급 임페리얼팰리스 호텔은 작년 1월부터 무기한 휴관 중이다. 업계는 건물과 부지가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은 인력 구조조정 등 자구 노력에도 영업손실이 지속되고 있다. 호텔 운영기업 측은 이 부지에 공동주택(장기일반민간임대주택) 44가구와 주거용 오피스텔 149실을 짓는 등의 정비계획변경 등 인허가를 받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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