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정제하여 우리 사회와 연결하고 있습니다”
방지성 에티카 앙상블 대표는 “클래식 음악이 지닌 엄청난 가치와 작곡가의 생각들이 전문가나 애호가가 아니면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로 방치되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방 대표는 “우리 삶과 연결된 음악의 맥락은 클래식 음악에 대한 막연한 거리감을 해소시키고, 더 나아가 관객이 스스로 음악을 이해할 수 있는 이해의 디딤돌이 된다”며 “우리는 작품의 예술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클래식 음악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정신적 가치가 될 수 있도록 정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 대표는 한양대 음악대학에서 학사, 독일 에센 폴크방 국립음대에서 첼로 석사, 독일 데트몰트 국립음대에서 실내악 음악 석사 학위를 받았다. 또한 같은 대학원에서 최고연주자 과정(Konzertexamen)을 모두 마친 첼리스트로 한국과 유럽에서 수많은 콩쿠르와 연주를 통해 그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특이점을 살려 현재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예술경영 석사(전문사)과정을 공부하며 공연기획자로서도 수십 회의 공연을 기획, 제작하고 있다. 두 개의 심장을 가진 박지성 선수처럼 연주자와 기획자라는 두 개의 동력을 가진 하이브리드형 음악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예술단체이지만 창업했다는 마음으로 모였다. 저희 단체의 모토가 ‘일하는 음악가’다. 공연을 만들기 점점 어려워지는 환경에서 능동적으로 기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결성했다. 피터 드러커는 ‘미래의 조직’을 오케스트라에서 발견했다. 이 오케스트라의 가장 작은 핵심 조직은 바로 앙상블이다.
그래서 저는 앙상블이 일하는 모습이 마치 모두가 선망하는 조직처럼 멋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연주자들이 각자의 영역과 전문성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유기적으로 리더와 팔로워의 역할을 체인지할 때 멋진 앙상블이 나오는 것처럼 앙상블답게 일하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태도는 공연을 통해 자연스럽게 관객에게 전달되고 단체의 브랜드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저희는 공연 제작 업무를 아웃소싱하기 보단 내부에서 음악가들이 직접 기획하고 제작하는 것이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했다. 마치 ‘산지 직송’같은 느낌이랄까. 공연 제작에서 기획자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연주자가 더욱 직접적으로 예술적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음악가들이 공연 제작 전반을 아우르면서 연주에만 몰두할 때보다 공연에 대한 애착, 단체에 대한 소속감이 강화되고 몰입감도 높아진다.
이러한 연주자들의 몰입과 애착은 관객에게도 그대로 전달되고 있다. 저희 공연을 찾은 관객들은 공연단체로서 연주의 전문성뿐만 아니라 연주자의 태도와 열정 그리고 소통에 대한 의지를 높이 평가해주신다.
에티카 앙상블은 매년 12회의 공연 및 교육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하여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세종문화회관의 전문적인 제작 과정과 다양한 노하우를 배울 수 있었다. 코로나19와 거리두기로 인한 객석 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31건의 공연을 제작해 3700여명의 지역 관객을 만났다. 이때 제작한 대표적인 브랜드 공연들은 민간 및 공공기업의 초청 공연으로 20회 이상 이어졌다.
반면 에티카 앙상블은 코로나 기간에도 연간 12건 이상의 관객 친화적 공연을 제작해왔다. 3년간 30건 이상의 공연을 만든 꾸준한 축적의 과정을 많은 분들이 지켜보고 계셨다. 그리고 저희가 공연에 쏟아부은 노력과 관객과 소통하고자 하는 진정성을 알아봐주셨다. 코로나19가 완화되며 정말 많은 곳에서 공연 요청을 받았다. 서울을 벗어나 청주, 대구, 부산까지 공연에 대한 소문이 퍼진 것을 보며 단체가 클래식 음악 시장 내에서 자리를 잡아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구 공연에서는 500석이 넘는 공연장에 관객이 꽉 찼는데 정말이지 대중가수의 콘서트장을 방불케하는 응원과 지지를 받았다. 클래식 음악 공연장처럼 딱딱하고 무거운 분위기에서 받는 관객의 환호는 무대를 수십 번 이상 올랐던 음악가들에게도 무척이나 새롭고 뜻깊은 경험이었다. 저희가 준비한 프로그램과 다채로운 기획적 요소가 관객들에게 잘 전달되고 있구나를 느꼈고, 클래식 음악을 통해서 관객과 아주 강력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공연단체의 독립적인 활동을 이어가는 동시에 지방의 콘텐츠가 부족한 공연장에 먼저 제안해 상생을 통해 위기를 돌파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3년간의 공연을 통해 다른 공연단체와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관객과 다채로운 관계를 형성해왔다. 신규 관객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관객의 경험을 관리하여 관계를 지속 및 강화하는 관객 인게이지먼트를 핵심 목표로 설정해 안정적인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자 한다.
방지성 대표는 “클래식 음악과 유사한 다른 분야에선 어떤 서비스를 통해 사람을 모으는지, 어떤 이야기가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지 살핀다”고 했다.
그리고 만약 어떤 통찰이나 아이디어를 얻었다면 클래식 음악에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고 했다. 무대에 서서 연주를 할 때는 음악가이지만 공연을 제작할 때는 서비스 기획자로 전환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란다.
대중(고객)과 소통해야 하는 전문가는 참호 밖을 살피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
장경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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