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예측은 신의 영역, '가격' 보다 '패턴' 봐야 [더 머니이스트-심형석의 부동산정석]

입력 2023-01-15 08:34   수정 2023-01-15 16:39

올해 1월3일 발표된 부동산 규제완화 대책으로 인해 부동산시장에 활기가 도는 듯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이후 1월6일에 발표된 통계지표 또한 긍정적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의하면 1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67% 하락해 전주(-0.74%)대비 하락폭이 축소됐습니다. 매매수급지수와 전세수급지수 또한 각각 64.1, 61.2로 소폭 올랐습니다. 드디어 부동산 시장에도 봄날이 찾아오는 건가요?

안타깝게도 1월6일 발표된 한국부동산원의 통계지표는 1월2일을 기준으로 집계한 통계입니다. 시황통계란 대부분 발표되기 일주일 또는 한달 전의 시장을 조사한 자료입니다. 조사에 소요되는 시간은 어쩔 수 없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발표된 통계도 정부의 규제완화 대책이 발표되기 전의 시장 상황을 의미합니다. 또한 0.6%대의 하락률을 연간 기준으로 확대 해석하면 30%가 넘는 하락률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심각한 시장 상황을 반영합니다. 특히 수급지수는 기준점이 100이기 때문에 100이 넘어야 긍정적입니다. 60대의 지수로는 명함을 내밀수도 없습니다. 다시 말해 부동산 시장의 한파는 여전하다는 얘깁니다.


그나마 지금 시장이 나아보이는 까닭은 ‘기저효과’에서 비롯됩니다. 아무리 부동산시장이 좋지 않아도 계속해서 1%대의 하락률을 기록하기는 어렵습니다. 주간단위로 1%대의 하락이 1년간만 지속돼도 연간 기준으로는 아파트 가격이 반 토막이 납니다. 1%대의 하락률이 0%대로 바뀌고 더 이상 하락하지 않다가 마침내 조금이라도 상승하는 시기로 돌아섭니다. 이 때를 우리는 반등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이 또한 기저효과 때문입니다. '많이 떨어졌으니 이제는 오를 때도 됐다' 정도일 뿐입니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좋아진 것은 아닙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변수인 금리가 안정되고 정책적 노력이 계속돼야 합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왜 안도하고 기사화되는 내용도 많은 것일까요. 이는 호재에 민감한 자산시장의 특성 때문입니다. 조심스럽지만 아직은 본격적인 하락기라고 판단하지 않는 분위기도 있다는 얘깁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가격을 보면서 잘못된 판단을 하는 ‘가격신봉론자’들도 여전히 있다는 방증입니다.

통계를 볼 때는 그 이면을 읽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언제 발표된 통계인지, 누가 집계하고 발표했는지 등 왜곡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살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신화를 너무 믿기에 통계는 무턱대고 믿어버립니다. 안타깝게도 통계만큼 사람들을 쉽게 속일 수 있는 수단도 세상에는 없습니다. 빌 게이츠가 두 번씩이나 강력 추천한 책 ‘새빨간 거짓말, 통계’를 꼭 읽어 보실 것을 권합니다.


퀀트 투자 혁명을 이끈 위대한 투자자이자 수학자 짐 사이먼스는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란 회사가 운영하는 메달리온 펀드를 통해 30년간 연평균 66%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금융위기 때도 수익을 기록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이 회사의 투자방식은 가격을 예측하는 것이 아닙니다. 시장의 패턴을 연구하는 겁니다. “시장에는 패턴이 있어, 난 우리가 그 패턴들을 찾아낼 거라고 생각하네” 사이먼스가 한 동료에게 건넨 말입니다.

가격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정부조차도 이를 어기고 가격을 예측하고 조정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어떤 정부도 가격을 예측하고 조정하는데 성공한 경우는 없습니다. 지방자치단체나 주무부처 장관 또한 주택가격에 대한 평가를 서슴없이 합니다만 언제나 공수표가 되고 맙니다.

가격은 부동산 시장의 결과물입니다. 다양한 변수가 결합돼 최종적으로 도출된 결과가 가격입니다. 따라서 이걸 예측하는 건 신의 영역입니다. 왜냐하면 단 하나의 변수를 예측하는 것도 힘든데 그 결과물이야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특히나 시장은 살아있는 생물이기에 과거의 예측결과를 무시하는 경우도 종종 도출됩니다. 가격은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대응하는 겁니다. 오랜 기간 자산시장에서 투자한 사람들의 대부분 겸손합니다. 특히 시장의 결과물인 가격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자산시장은 상승기가 있고 하락기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봐야 할까요? 정답은 예측의 패턴을 봐야 합니다. '왜 언제 이런 시기가 닥치는지'에 대한 패턴들입니다.

하락기가 오기 위해서는 입주물량이 늘어나야 합니다. 상승기가 계속 뒷받침되기 위해서는 시중의 유동성(M2)이 증가해야 합니다. 부동산시장은 주식시장과는 다르게 가벼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상승기와 하락기의 이런 패턴을 발견하는 것 만으로도 내 집 마련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심지어 주택시장이란 한번 오르면 10년은 간다는 것도 아주 좋은 패턴을 통해 시장을 읽는 방법입니다.

한국부동산원은 더 이상 시장 예측을 하지 않습니다. 비겁하지만 현명한 선택입니다. 2023년에도 많은 곳에서 주택시장을 예측하는 자료를 내어놓았습니다. 하지만 연말이 되면 얼마나 잘못된 예측이었는지에 대한 결과물이 나올 겁니다. 패턴을 살피면 영끌이니 벼락거지니 하는 시대가 낳은 우수꽝스런 단어들은 사라질 수 있습니다. 부동산시장의 예측, 가격이 아닌 패턴을 보시기를 권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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