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정보통신(IT) 업계에 따르면 KT는 올 상반기 중 2000억 파라미터(매개변수) 이상의 연산 능력을 학습시킨 초거대 AI 서비스 ‘믿음(MIDEUM)’을 상용화하기 위해 주요 금융사 등과 접촉하고 있다.
초거대 AI는 많은 매개변수를 학습시킬수록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가 1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해 화제가 되고 있는는 오픈AI의 챗GPT는 1750억 파라미터를 사용한 GPT-3를 기본 모델로 하고 있다. ‘믿음’의 파라미터 수는 챗GPT와 비슷하지만, 한국어 데이터가 많이 학습돼 국내 사용자에게 보다 자연스러운 대화를 제공할 전망이다. KT는 상반기 중 국내 금융사 등에 AI 챗봇 및 정보 요약 서비스 등을 선보이는 방법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KT ‘믿음’ 서비스는 경량화된 구조와 멀티태스킹, 외부 데이터의 유연한 학습 등의 강점을 갖고 있다. 특히 특정 데이터셋에서 확보한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구분하고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어떤 정보를 제시해야 할 지 스스로 판단해 대답하는 것이 챗GPT와 차별화되는 특징이다.
KT 관계자는 “A은행의 챗봇인데 B은행의 정보를 가져다 쓰거나, 신뢰할 수 없는 정보와 공신력 있는 정보를 뒤섞으면 그 서비스에 돈을 낼 수 있겠느냐”며 “‘믿음’은 정보의 원천을 구분해서 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미있고 신기한 서비스를 넘어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대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이는 미리 지정한 답변을 반복하는 현재의 챗봇 서비스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사용자가 특정 은행 챗봇에게 “대출이자를 아낄 방법을 알려줘”라고 하면 챗봇이 사용자 정보와 패턴, 대출 서비스 종류 등을 검색해서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대화형으로 답을 제시하게 된다. 향후에는 자산운용 조언도 할 수 있다. 이런 서비스를 할 때 정보의 원천을 구분하는 것은 KT가 B2B(기업 간 거래) 고객을 확보할 때 중요한 마케팅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KT가 조만간 ‘믿음’ 서비스를 상용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은 ‘AI 반도체 사업협력위원회’의 형태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는 리벨리온과 모레, KT클라우드 간 협업이 성과를 내고 있어서다.
특히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은 최근 국내서 처음으로 언어 처리에 특화된 서버용 AI 반도체 보드 개발을 완료했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해외에서는 삼바노바, 그래프코어, 세레브라스 정도만이 성공했고 국내선 리벨리온이 처음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리벨리온과 KT가 개발한 AI 반도체 보드는 신경망 컴파일러(코드 변경) 기술을 보유한 모레의 인프라 최적화 솔루션과 결합해 오는 3월 말 KT 데이터센터에 도입되어 ‘믿음’ 등의 구동에 활용될 예정이다. KT 컨소시엄 관계자는 “엔비디아에 종속적인 생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KT 컨소시엄은 올해부터 한국형 AI반도체를 글로벌 시장으로 확산하고, 동남아 지역을 시작으로 각국 통신 사업자에 KT의 AI 풀스택 구축 노하우를 이식할 계획이다.
이상은/이승우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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