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 차례상엔 밀키트 올립니다"…한숨만 나오는 물가

입력 2023-01-19 22:00   수정 2023-01-20 10:20

부산에 사는 박모 씨(72) 가족은 올해 설 차례상에서는 명태를 빼고 과일 가짓수도 줄이기로 했다. 명절마다 조카들까지 불러 20인분 가까운 음식을 준비했지만 올해는 직계 가족만 모여 간소하게 보낼 방침이다. 상차림 비용이 만만찮은 탓에 재료비가 많이 드는 전이나 국 등 일부 음식들은 밀키트로 조금만 올릴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예전처럼 한 상 가득 음식을 준비하기엔 돈이 너무 많이 든다”며 “자녀들이나 손자·손녀 등 젊은 아이들이 명절 음식을 크게 좋아하지도 않아 차례상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식품 물가가 뛰면서 설 명절 상을 차리는 서민들이 한숨을 내쉬고 있다. 상차림을 간소화하거나 식재료를 한 푼이라도 싸게 사려 발품 파는 이들이 늘고 있다. 많은 재료가 드는 음식은 밀키트로 대체하는 분위기며 아예 상차림을 포기하겠다는 추세도 보인다.

19일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서울, 인천,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 전국 6대 도시 전통시장 8곳에서 과일류·견과류·나물류 등 차례용품 29개 품목 가격을 조사한 결과, 4인 가족 기준 설 차례상 비용은 25만4300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설 차례 비용(24만290원)보다 5.8%(1만4010원) 오른 수치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4년 만에 가장 높은 5.1%를 기록하는 등 물가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시민들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 부담은 더 크다. 주부 윤말희 씨(63)는 “올해 밀가루와 식용유, 고기 값까지 다 너무 많이 올라 전을 부치기가 힘들다”며 “소쿠리 3~4개 분량을 부쳐 친척들과 나눠 먹었는데 올해는 상에 올릴 것만 조금씩 준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민들 지갑 사정이 팍팍해지면서 차례상뿐 아니라 설 선물도 부담되기는 마찬가지다. 설 명절 자녀들의 설빔이나 가족·지인에게 줄 선물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중고로 구매하려는 ‘알뜰 소비’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설 명절을 앞둔 지난 11∼15일 중고거래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한복’이 검색 순위 10위권에 올랐다. 1∼9위는 평소에도 중고거래가 많은 스마트폰, 노트북, 가구류로 나타나 설빔으로 한복을 구매하려는 사용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당근마켓은 설명했다.


설 선물로 줄 스팸, 참치, 조미료 등의 선물세트를 저렴하게 구매하는 이들도 늘었다. 한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6만원 상당의 CJ제일제당 스팸 선물세트도 절반에 못미치는 2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동원참치 선물세트도 공식몰 가격인 8만1000원보다 훨씬 저렴한 4만5000원에 팔리고 있다. 신입사원 감모 씨(26)도 “취업 기념으로 가까운 친척들에게 명절 선물을 돌리고 싶은데 비싼 제품을 살 만한 여유는 없어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구입했다”며 “새 상품 여부나 개봉 유무를 꼼꼼하게 따져 합리적 가격에 구매한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 추석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설을 맞아 각계 인사 1만5000여명에게 보낸 선물세트도 중고장터에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국내산 떡국 떡과 곱창김, 황태채 등 국내산 농수산물로 구성된 윤 대통령의 설 선물세트는 당근마켓·번개장터 등 플랫폼에서 15만∼20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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