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 텃밭' 동남아서 '韓·中·日 삼국지'

입력 2023-01-20 16:16   수정 2023-01-27 18:45


자동차 시장의 격전지로 부상한 동남아시아를 무대로 한국과 중국, 일본 완성차 업체 간 ‘삼국지’가 펼쳐지고 있다. 일본 브랜드가 90% 이상 장악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에 현대자동차·기아가 도전장을 던진 상태다. 중국 업체들도 전기차를 앞세워 동남아 시장의 고삐를 죄고 있다.

이 지역은 큰 차가 주력인 미국 업체, 중국 시장에 매진하고 있는 유럽 업체의 입김이 상대적으로 작다. 각국 정부가 전기차 판매 촉진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도 동남아 시장의 매력으로 꼽힌다.
현대차·기아, 日 텃밭에 균열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네시아 시장 판매량은 105만 대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초 현지 공장이 가동되면서 판매 대수가 2021년 5713대에서 작년 3만4051대로 여섯 배 가까이 늘었다. 인도네시아 시장 점유율 역시 같은 기간 0.6%에서 3.2%로 올랐다. 아직 도요타(31.6%), 다이하쓰(19.3%), 미쓰비시(13.1%), 혼다(12.5%) 등과는 거리가 있지만 점유율 경쟁을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은 마련한 셈이다.

베트남 등 한국 차 강세 지역에선 일본 업체의 공세가 거세다. 연 42만 대가 팔리는 베트남 시장의 선두 업체는 현대차·기아다. 지난해 30.7%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도요타는 2위다. 2021년 19.4%에서 지난해 21.8%로 점유율을 높이며 현대차를 위협하고 있다. 미쓰비시(7.8%→9.5%), 마쓰다(7.8%→8.6%), 혼다(6.2%→7.3%)의 점유율도 같은 기간 일제히 상승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시장을 공략할 준비를 끝냈다. 동남아와 오세아니아 시장을 관할하는 기존 아태권역본부에서 아세안권역본부를 따로 떼어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 3일 신년회에서 “기존 완성차 사업 확대와 더불어 전기차 선도로 아세안 시장을 미래 핵심 시장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은 20~40대 인구 밀도가 높은 ‘젊은 시장’”이라며 “한국 문화의 인기 상승도 한국 차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한 몫 거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값싼 中 전기차도 ‘눈독’
한·중·일 동남아 삼국지의 성패는 전기차에 달려 있다. 동남아 국가들이 전기차 보조금을 일제히 확대하는 등 시장이 전기차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노리는 것은 이 지점이다. 일본 브랜드가 전기차 전환이 더디다는 점을 노리고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지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태국과 베트남이다. BYD는 태국에서 2024년부터 연 15만 대 규모 전기차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 공장을 짓고 있고, 베트남에선 연내 전기차 부품 공장을 착공할 계획이다. 상하이자동차는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사 울링자동차의 전기차로도 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아이오닉 5를 생산해 내수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일본 브랜드도 전기차 생산을 서두르고 있다. 혼다는 올해부터 태국에서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제조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 보조금을 바탕으로 값싼 전기차를 내놓는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갈수록 거세질 것”이라며 “선진국보다 구매력이 떨어지는 동남아 소비자들이 값싼 중국차를 선호할 가능성에 대비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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