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한 수 였다"…日소니에 밀린 삼성전자의 '결단' [황정수의 반도체 이슈 짚어보기]

입력 2023-01-22 16:44   수정 2023-01-22 17:48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아부다비에서 (기자들을) 오랜만에 봤더니 다 캐논이더라고요. 내가 직업병이 있어서 (이유를 물었더니) 동영상이 안 돼서 다 캐논만 쓴다더라고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8일(현지 시간) 스위스 다보스포럼 기간에 열린 '한국의 밤' 행사 직전에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삼성전자 회장으로서 카메라 같은 전자기기에 대한 관심을 스스로 '직업병'이라고 표현하며 기자들에게 농담을 했다.


일부에서 '삼성 카메라를 안 쓰는 것에 대한 뼈 있는 농담'이라고 분석했지만 지나친 확대 해석으로 평가된다. 기자들이 삼성전자 카메라를 안 쓰는 건 당연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이 부회장으로서 회사를 이끌던 2017년 카메라 사업에서 철수했다. 삼성전자의 카메라 사업 철수에 대해서는 지금도 '최고의 경영 판단', '신의 한 수'란 평가가 나온다.
'카메라 세계 1위' 주문한 이건희 선대회장
삼성의 카메라 도전사를 살펴보면 영광보단 고난의 시기가 많았다. 1979년 일본 미놀타의 기술을 빌려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첫 출시물량은 300대였다. 판매가는 9만원으로 1980년 당시 근로자 평균 임금(15만원)의 절반 이상이었다. 캐논, 니콘 카메라 가격은 20만~30만 원대였다.


1995년에는 독일 롤라이와 일본 유니언광학을 인수했다. 1996년 삼성은 독자적 카메라 브랜드 ‘케녹스(KENOX)’를 내놨다. 일본의 벽은 높았다. 그럼에도 삼성이 카메라 사업에 지속해서 투자한 것은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 회장의 독려 때문이다.

이 선대 회장은 반도체 부문에서도 광학장비(포토 장비)가 핵심 기술로 사용되는 것을 보고 카메라 사업에 대한 투자 확대를 지시했다. 2003년 수원사업장에서 열린 선진제품 비교 전시회에서는 "그룹의 역량을 모아 디지털카메라 일류화를 조기에 달성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삼성은 카메라 시장에서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존재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삼성은 1993년부터 미래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디지털 카메라 연구에 뛰어들었다. 1997년 6월엔 '국내 최초'로 41만 화소급 디지털 카메라를 공개했다.

2006년엔 '블루'(VLUU)라는 콤팩트 디지털카메라 브랜드도 발표했다. 2009년엔 카메라 본체 앞뒷면에 LCD(액정표시장치) 화면을 장착한 콤팩트 카메라 삼성 'ST550'이 인기를 끌었다. 삼성전자는 콤팩트 카메라 시장에서 10%대의 점유율로 세계 3위에 올랐다.

이런 흐름 속에서 삼성의 카메라 사업은 '삼성전자'가 주도하게 된다. 2010년 4월 삼성전자는 당시 삼성테크윈에서 분사한 삼성디지털이미징을 합병했다. 삼성전자 내 사업부(디지털이미징사업부)로 두고 육성하기 시작했다. '2012년 매출 5조원, 세계시장 점유율 20%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미러리스 카메라 주력했지만 소니에 밀려
삼성전자는 전문가용으로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미러리스 카메라'(카메라 내부에 들어가는 거울을 없애 소형·경량화시킨 제품)에 주목했다. 당시 삼성전자가 출시한 NX10은 기존 DSLR 카메라보다 두께는 절반, 무게는 3분의 1로 줄여 휴대성을 높인 제품이다. 소형, 경량의 장점을 살린다면 DSLR에만 치중해 온 일본 캐논, 니콘과 차별화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 담당 사장,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회장 등 당시 삼성전자에서 잘 나가던 임원들이 디지털이미징사업부장을 맡기도 했다. 이건희 선대 회장은 '3년 내 카메라 세계 1위 달성'을 경영진들에게 주문했다.

하지만 미놀타를 인수한 소니 등도 미러리스 디지털카메라 사업에 주력했다. 삼성전자는 국내 시장에서도 일본업체에 밀려 점유율 1위 자리를 갖지 못했다.
디지털카메라 철수는 '신의 한 수' 평가도 나와
카메라 사업에 더 큰 위협은 '스마트폰의 대중화'라는 시대적 흐름이었다.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이 향상되면서 디지털카메라 시장이 점점 위축되기 시작했다. 2012년 3월 삼성전자는 디지털이미징사업부 인력의 30%를 스마트폰을 담당하던 무선사업부로 이동시킨다.

디지털이미징사업부는 'NX 시리즈' 등 미러리스 카메라를 적극적으로 출시했지만 시장 점유율은 10%대 초반에서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결국 2013년 12월 디지털이미징사업부를 무선사업부로 통합하고 '이미징사업팀'으로 축소시켰다. 2015년 3월 미러리스 'NX500'을 끝으로 신제품도 내놓지 않았다. 2017년 삼성전자는 "카메라를 더 이상 생산, 판매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당시 삼성의 카메라 사업 철수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결과적으로는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사진을 찍어 빠르게 SNS에 올리는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디지털카메라는 설 자리를 빠른 속도로 잃었다. 세계 디지털카메라 판매량은 2010년에 정점을 찍고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미지센서, 스마트폰 카메라 통해 '세계 1위' 노려
삼성전자가 카메라 관련 도전을 멈춘 건 아니다. 디지털이미징사업부 출신 직원들은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사업부(옛 무선사업부)에 남아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 카메라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성능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갤럭시S 시리즈의 마케팅 포인트로 매번 '고성능 카메라'가 등장하는 게 우연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카메라의 눈 역할을 하는 반도체 이미지센서와 관련해선 일본 소니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소니는 삼성전자가 과거 주력했던 콤팩트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 경쟁했던 업체다.

이미지센서는 카메라를 통해 들어온 빛을 디지털 신호로 바꿔주는 시스템 반도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이미지센서 시장점유율은 소니가 52.8%로 1위, 삼성전자는 26.9%로 2위다.

삼성전자는 고화소 이미지센서 시장을 주도하며 소니 추격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 17일 발표한 HP2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 센서는 0.6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크기 화소(픽셀) 2억개를 탑재했다. 이미지센서는 화소가 많을수록 화질이 우수하다. '듀얼 버티컬 트랜스퍼 게이트'기술을 통해 전하 저장용량을 기존 제품보다 최대 33%까지 높여준다. 전하 저장용량이 높을수록 각 화소가 더 많은 빛을 활용할 수 있어 색 표현이 더 풍부해진다.

이 센서는 삼성전자가 다음 달 1일 출시할 갤럭시S23 울트라 모델에 탑재될 전망이다. 임준서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센서사업팀장(부사장)은 “새 제품에는 삼성전자의 차별화된 초고화소 센서 기술과 노하우가 집약됐다”며 “지속 성장하고 있는 초고화소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리더십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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