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2년6개월 만에 ‘역성장의 늪’에 빠졌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출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버팀목 역할을 해온 소비마저 꺾이면서다. 소비 악화로 올 1분기 경제성장률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국 경제가 경기 침체 초입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수출(-5.8%) 역시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2분기(-14.5%) 후 가장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제조업 생산은 -4.1%로 세 분기 연속 감소했다. 제조업이 세 분기 연속 후퇴한 것은 외환위기 때인 1997년 3분기~1998년 2분기 네 분기 연속 감소한 후 24년여 만에 처음이다.
그나마 정부 소비가 3.2% 증가하며 4분기에 경제가 더 큰 폭으로 추락하는 걸 막았다. 하지만 이는 경기와 무관하게 독감 유행에 따른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이 늘고 정부 예산 집행이 이연됐기 때문이다.
수출 부진도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수출 둔화는 더 심해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1월 1~20일 통관 기준 반도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34.1%나 줄었다. 감소 폭은 지난해 11월 28.6%, 12월 27.8%보다 더 확대됐다.
이와 관련,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상반기 우리 경제는 세계 경제 위축 등으로 매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하반기로 갈수록 세계 경제와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인해 점차 회복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올해 1분기의 경우 기저 효과와 중국 경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등에 힘입어 플러스 성장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해 1분기는 지난해 4분기 기저효과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는 2분기에야 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수출이 부진하면 1분기 역성장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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