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증시 전문가들은 올해 국내 증시를 ‘상저하고’로 전망했다. 고물가·고금리 영향과 기업들의 실적 둔화로 증시 침체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연초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
는 ‘1월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올해 들어 국내 증시는 외국인 매수세를 등에 업고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국 증시보다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악재가 빠르게 반영된 데다 호재가 앞당겨진 영향”이 라는 해석이 나온다.
31일(현지시간) 열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도 커졌다. 레이얼브레이너드 미국 중앙은행(Fed) 부의장은 지난 19일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춰 시장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지켜보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올겨울 유럽의 이상고온도 한몫했다. 국제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지난달 1일 MMBtu(열량 단위)당 6.7달러에 서 최근 3.8달러까지 급락했다. 물가 상승 우려가 걷히자 유럽 증시는 이달에만 8.2% 상승했다. 중국 증시도 코로나 방역 완화와 리오프닝(경제활동재개) 영향으로 이달 4.7% 올랐다. 작년 9월 114.0까지 치솟았던 달러인덱스는 최근 101.7로 내려갔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상저하고 전망의 기본 전제는 유럽 경기가 올 상반기 침체를 보일 것이고 중국은 봉쇄를 풀지 않아 글로벌 경기침체로 이어진다는 것이었다”며 “두 가지 전제가 바뀌면서 주식시장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올해 신흥국 증시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말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 중국, 대만 증시의 강세 사이클이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JP모간과 골드만삭스도 작년 말 중국 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을 상향했다.
강세론자들은 국내 증시는 이미 바닥을 치고 상승장에 들어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원·달러 환율 고점과 코스피지수 저점은 대부분 일치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환율이 고점을 친 작년 10월 바닥을 지났다”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지수의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27일 기준 12.9배까지 올랐다. 코스피지수가 3000선을 넘던 2021년 6월 말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국내증시가 추세적 상승세를 타려면 기업실적이 후행적으로 현재 주가 수준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태웅/서형교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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