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선생님 '사서'가 무슨 뜻이죠?"

입력 2023-01-29 17:50   수정 2023-02-06 16:40

충남 한 초교 교사 이모씨(30)는 최근 한밤중에 학부모의 전화를 받았다. 이 학부모는 교내 도서관 운영 가정통신문에서 ‘사서선생님’이라는 단어가 무슨 뜻인지 물었다. 이씨는 “성인인 학부모들도 기본적인 글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당황스럽다”고 했다.

아동·청소년뿐 아니라 성인의 문해력 부족도 심각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교육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성인 문해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올해 69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기본적인 읽기·쓰기·셈하기를 못하는 성인 비문해자 200만여 명에게 문해 교육을 지원하고, 바뀐 사회상을 반영해 디지털·금융 등의 생활문해력 교육도 새로 추진한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3년 성인 문해교육 지원 사업 기본계획’을 29일 발표했다. 투입되는 예산은 지난해보다 11억4000만원 늘어난 68억8000만원이다.

사회·경제적 여건으로 교육 기회를 놓친, 초등 1~2학년 수준의 문해 학습이 필요한 성인이 주요 대상이다. 시·군·구 등 기초지방자치단체를 통한 ‘성인 문해교육 프로그램’에 가장 많은 41억5000만원을 투입한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완비된 전국 17개 시·도 문해교육센터를 거점 삼아 문해교육기관 운영을 지원한다. 올해부터는 디지털 문해 교육도 새롭게 추가한다. 스마트폰, 키오스크 사용법부터 은행 계좌이체, 배달·지도·SNS 앱 이용 등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디지털 역량을 키워주는 교육이다.

2020년 성인 문해능력 조사에 따르면 만 18세 이상 성인 중 초등 또는 중학교 수준의 문해 학습이 필요한 성인은 20.2%로, 약 890만 명에 달한다. 간단하게는 전자레인지 사용법이나 학교 가정통신문을 이해할 수 없는 수준부터, 복잡하게는 부동산 임대차 계약서나 최저임금 기사를 이해할 수 없는 성인들이다.

성인 문해력 저하는 기업 입사시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삼성 SK 등 대기업에 입사할 때 치러야 하는 인·적성 시험 중 언어 과목에서 문해력 관련 점수가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시험 난이도가 달라진 점도 있지만 매년 시행하는 기업 입사 시험에서 문해력 점수 하락이 두드러진다”고 했다.

문해력 보충 교육을 받으려는 성인도 늘고 있다. 국가문해교육센터에 따르면 2017년 3만9732명이던 문해 학습 참여자는 지난해 7만6501명으로 5년 새 두 배가량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글을 읽는 것을 넘어 의미를 이해하려면 ‘사회적 독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혁 이화여대 국어교육학과 교수는 “혼자 글을 읽는 것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며 글에 등장한 어휘를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예린/권용훈/구교범 기자 rambutan@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