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직장인만큼 벌어요"…잘 나가던 카페 접고 택한 직업 [방준식의 N잡 시대]

입력 2023-03-12 07:00   수정 2023-03-12 07:34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저는 30대에 '일 중독자'처럼 일했어요. 처음 제주에서 카페를 열고 5년간 하루에 2시간씩 자면서 매일 김밥 두줄만 먹고 살았죠. 통장을 보니 수억원이 쌓였지만 전혀 행복하지 않었어요. 번아웃이 왔죠. 원래 살던 동네를 떠나 한적한 예례동으로 와서 다시 카페와 숙소를 차렸어요. 현대식 건물은 없지만 논짓물해변 등 자연 풍광이 좋은 명소가 많은 곳이죠. 저 혼자 다 하겠다는 욕심을 내려두고 직원도 5명을 늘렸어요. 그래도 대기업 직장인 부럽지 않아요.


'제주 토박이'였던 30살 청년은 고향에서 디저트카페를 열었다. 입소문이 나면서 잠을 잘 시간도 없을 정도로 손님이 밀려들었다. 밥 먹을 시간 없이 일을 하면서 돈을 벌었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최고의 자연환경을 갖춘 제주에 살면서도 제주를 즐길 여유 시간도 없었다. 해외여행은 꿈도 못 꿨다. 그러다 극심한 번아웃에 빠져 이사를 결심했다. 완벽주의였던 성격을 내려놓고 혼자서 하던 일을 이제는 직원 5명과 나눠서 한다. 이제는 연예인들도 단골이 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 강은정(38)씨의 이야기다.



Q. 자기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제주 토박이' 강은정(38) 입니다. 카페를 운영한지 7년차가 되어가고, 에어비앤비는 2021년부터 2년째 운영 중입니다. 제주스러운 곳을 찾아 원래 살던 동네에서 예례동으로 이사를 왔어요. 현대식 건물은 없지만 논짓물해변 등 자연 풍광이 좋은 명소가 많고, 외지인이 많지 않아 고즈넉하고 조용한 동네죠. 다른 사람들도 제주만의 감성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호스트에 도전했어요. 할머니 이름에서 따와 '스테이 정의'를 문을 열었죠."

Q. 어떻게 처음 호스트를 하시게 됐나요.
"제주에서 거주하는 주변분들이 모두 호스트로 숙소를 운영하고 있어요. 저도 저런 공간을 갖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해외여행에서 느꼈던 공간에 대한 기억들을 가지고 숙소를 꾸몄죠. 카페와도 시너지 내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Q. 호스트 일과를 소개해주세요.
"저는 오전 10시 출근해 오후 7시 퇴근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직전에 했던 카페는 하루에 잠을 2시간 정도 밖에 못잤었거든요. 카페와 숙박을 동시에 하니 수익이 늘어나 직원도 늘렸어요. 덕분에 저 만의 개인 시간을 가지게 됐죠. 오전에는 카페일을 하고, 오전 11시 게스트 퇴실시간에 맞춰 청소와 소독을 하면 오후 3시가 넘어요. 게스트가 체크인 하는 오후 4시까지는 정말 눈코뜰 새 없이 바쁘죠. 땅이 커서 잡초 뽑을 일도 많고 정원에 물도 줘야합니다. 저 혼자서 하기는 힘들어 카페 직원 2명, 숙소 청소 2명, 사이트 관리 직원 1명을 두고 있어요."



Q. 초기에 애로 사항이 있었나요.
"게스트 분들께 너무 잘 해드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스콘을 구워서 주고, 인사와 말을 걸었죠. 하지만 게스트 눈에 호스트가 너무 자주 보이면 불편하다고 조언을 하더라고요. 이제는 그러지 않아요. 문자로 하거나 체크인할때 말을 하고 최대한 동선에서 마주치지 않도록 하고 있어요."

Q. 월 수익은 어느정도 발생하시나요.
"숙박만 놓고 본다면 직원 3명의 월급을 제외하면 대기업 직장인의 월급 정도라고 보시면 돼요. 크게 스트레스 없이 먹고 자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죠."

Q. 기억에 남는 게스트나 에피소드가 있나요.
"하루는 10일 이상 장박을 예약한 손님이 왔어요. 래퍼 개리 씨 가족이었죠. 제가 올린 인스타 사진들을 보고 시크릿 비치를 묻더라고요. 제가 추천한 식당도 전부 다녀왔다고 하셨더군요. 너무 신기했죠. 어렸을때 팬이었던 리쌍을 직접 보다니. 카페에서 함께 이야기도 나누고 나중에는 부인분이 저희 동네가 너무 좋다고 한번 더 오곤 하셨어요."



Q. 제2인생을 꿈꾸는 이들에게 어떤 점을 추천하시나요.
"열심히 사신 분들이 이제는 자신을 위해 사셨으면 좋겠어요. 자연에서 얻는 치유 효과가 커요. 제주도는 좀 심심해도 자신만의 시간과 자신을 위해서 자연과 더불어 살 수 있어 좋아요."

Q. 개인의 삶에 영향을 끼친 것도 있을까요.
"일 욕심이 많다 보니, 그동안은 혼자서 직접 다했어야 했어요. 이전에 카페만 할 때는 2시간씩 자고 1년 넘게 매일 김밥 두 줄만 먹고 살았거든요. 통장도 확인 못하고 살았는데 1년 만에 통장을 보니 1억원이 쌓였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전혀 행복하지 않았어요. 사는 게 너무 무의미하게 느껴질 정도였어요. 지금은 욕심을 줄이고 제 시간을 찾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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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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