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돌 맞은 ETF, 투자 혁명을 이뤄내다 [글로벌 핫이슈]

입력 2023-01-31 16:59   수정 2023-03-02 00:01

1993년 1월 29일 미국 아메리칸증권거래소(AMEX)에 세상에 없던 펀드가 출시됐습니다. ETF 운용사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어드바이저(SSGA)가 세계 최초로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선보였습니다. 미국의 첫 ETF란 기록도 세웠습니다.

상품의 앞 글자를 딴 티커(줄임말) SPY가 더 유명한 상품으로 S&P500 지수를 1배로 추종했습니다. 30년 전 뉴욕타임스(NYT)는 SPY를 두고 "굉장히 흥미로운 지수 추종 상품이다. 폐쇄형 펀드와 개방형 뮤추얼 펀드가 혼합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SPY의 가격은 1주당 44달러였습니다. 현재 가격(30일 기준)의 10분의 1 정도였습니다.

올해로 세상에 나온 지 30년째입니다. 이 ETF가 나온 뒤 투자 환경이 급변했습니다. ETF에 눈을 뜬 투자자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오늘날 ETF에 들어간 금액은 세계적으로 6조 8000억달러를 넘깁니다. SPY의 자산 규모는 30년 동안 3750억달러(460조 9125억원)로 불었습니다.

SPY가 흥행하자 이를 따라서 비슷한 구조의 ETF가 연달아 등장했습니다.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코어 S&P500 ETF(IVV), 뱅가드의 S&P500 ETF(VOO)가 출시됐습니다. IVV는 현재 3020억달러가 들어왔고, VOO에도 2750억달러가 담겨 있습니다.

투자 비중도 큰 폭으로 증대됐습니다. 1990년대 초까지 미국 펀드에서 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했습니다. 현재는 50% 수준입니다. 기관투자가, 개인투자자 가릴 것 없이 ETF를 하나씩 담아놓고 있는 셈입니다. 나온 지 70년을 넘긴 뮤추얼 펀드보다 2.5배가량 더 많은 투자금이 ETF에 담겨있습니다.

ETF가 투자자들을 끌어당긴 비결은 뭐였을까요. 비용이 핵심 요인으로 꼽힙니다. SPY의 수수료율은 연 0.095% 수준입니다. 적은 비용으로 시장 전체를 추종하는 것입니다. 기관투자가들도 저비용 투자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피델리티, T로우 프라이스, 템플턴 등이 ETF를 활용해 뮤추얼 펀드를 운용하며 사세를 키웠습니다.

개인투자자들도 적립식 투자하기 위해 S&P500 ETF를 대량 매수했습니다. 낮은 수수료를 내며 분산투자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였죠. 2020년에 코로나19가 퍼졌던 해에도 SPY 하루 거래량이 1000억달러를 넘길 정도였습니다. SPY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약 390억달러입니다.

SPY의 등장으로 ETF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오늘날 미국 증시에 상장된 ETF는 3000여개에 달하고 세계적으로는 총 9000여개에 달합니다. 월가에서는 ETF 출시를 '투자 혁명'이라고 부릅니다. 온라인 투자가 활성화되며 0%에 가까운 수수료를 기반으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짤 수 있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블룸버그는 이를 ‘투자의 민주화’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도 ETF를 통해 제2의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블랙록은 온갖 ETF를 내며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로 발돋움했습니다. ETF 리서치업체 베타파이에 따르면 블랙록은 현재 394개의 ETF를 선보여 39억 2800만달러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뱅가드가 블랙록을 뒤쫓는 모습입니다.

얄궂게도 SPY의 전성시대가 막이 내릴 거란 관측이 나옵니다. 후발 ETF인 IVV, VOO가 더 저렴한 수수료를 내세우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아서입니다. ETF 닷컴에 따르면 2025년께 1위 ETF 자리를 내줄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패시브 ETF vs 액티브 ETF
ETF가 최고의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은 뒤 새로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수를 추종하며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패시브 ETF와 펀드 매니저가 적극적으로 운용해 기초 지수 대비 초과수익을 내는 액티브 ETF 중 어느 것이 더 낫냐는 갈등입니다.

월가의 저명한 투자자인 모하메드 엘 에리언 케임브리지 퀸즈칼리지대 총장은 액티브의 손을 들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투자자들이 누린 안정의 시대가 끝났다는 이유를 듭니다. 안정기에는 수수료가 저렴한 패시브 ETF가 액티브 ETF보다 낫다고 주장합니다. 손을 대지 않아도 지수는 우상향했고, 투자자들의 자산도 자연스럽게 증대됐죠.

에리언 총장은 하지만 미국, 유럽, 중국 등 세계 경제 축이 흔들리며 안정기가 끝났다고 봅니다. 정보 비대칭성은 커지고 변동성은 확대됐습니다. 중고차 시장을 일컫는 '레몬 시장'이 주식 시장에서도 발견됐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펀드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투자 전략을 짜는 액티브 펀드를 추천합니다.

지난해 ETF가 휘청인 탓도 있습니다. 지난해 말 미국의 2801개 ETF(레버리지 제외) 중 12%인 349개만이 손실을 면했습니다. 11개의 산업 부문에선 10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에너지 부문만 유일하게 수익을 냈습니다. 올해 전문가들이 액티브 ETF에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생각은 다른가 봅니다. 시장조사업체 ISS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027년까지 미국의 장기 투자 자산의 절반은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로 흘러 들어갈 전망입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액티브 ETF에 878억달러가 유입됐지만, 패시브 ETF에는 5058억달러가 들어갔습니다.

ISS마켓인텔리전스의 펀드 연구원인 크리스토퍼 데이비스는 "포트폴리오를 직접 짜서 분산투자 하는 투자자들이 점차 늘고 있다"며 "이러한 투자 방식에는 수수료가 거의 없는 패시브 ETF가 유리하다"고 설명합니다.

아예 다른 의견도 나옵니다. 패시브와 액티브를 가르지 말자는 주장입니다. 지수 수익 그 이상을 추구하는 주식형 ETF와 지수 상승과 같은 수익(베타)을 동시에 노리는 '스마트 베타 ETF'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주로 저(低)변동성 주, 고배당주 등 특정 성향(팩터)에 초점을 맞춥니다. 전통적으로 쓰이는 시가총액 가중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 게 특징입니다. 수수료율도 0.4~0.8% 수준으로 저렴한 편입니다. 이런 스마트 베타 ETF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미국 전체 ETF 자산 중 16%를 차지합니다.

미국의 금융리서치업체 CFRA의 애니켓 우랄 애널리스트는 "스마트 베타 ETF가 전통적인 패시브-액티브의 경계를 흐트러트리고 있다"며 "뮤추얼 펀드 자금에서도 스마트 베타 ETF로 대규모 자금이 옮겨갔다"고 설명합니다.
Z세대 겨냥한 이색 ETF
ETF의 역사가 30여년을 넘기며 이색 ETF도 속속 등장했습니다. 고위험 투자를 즐겨하는 캐시 우드가 투자한 주식에 반대로 베팅하는 ETF부터 대마초, 카지노에 분산 투자하는 ETF도 나왔습니다.

2021년 말 뉴욕증시에 '숏 ARKK ETF(SARK)'가 상장합니다. 터틀 캐피털 매니지먼트가 내놓은 ETF입니다. 상품명 그대로 아크 이노베이션 ETF에 대한 인버스 상품입니다. 캐시 우드의 아크 이노베이션의 성과가 저조할수록 수익률이 상승하는 구조가 적용됐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ETF도 지난해 초 상장합니다. 카지노, 대마초 등 ESG ETF가 기피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배드(BAD) ETF입니다. 이른바 죄악주로 불리는 주식에만 투자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지난 1년 동안의 성적표는 어떨까요. SARK는 1년 동안 -15.74%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BAD는 -4.4%로 집계됐습니다. S&P500 지수는 이 기간 -8.15% 하락했습니다. S&P500과 비교하면 BAD의 성과는 나쁘지 않은 수준입니다.

이 밖에도 다양한 ETF가 미국 증시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와이드 다우존스 이슬라믹 월드(UMMA)'는 이슬람 율법 샤리아를 기준으로 투자 기업에 투자합니다. 돼지, 술 등 샤리아가 금지하는 분야의 매출 비중이 5%를 넘는 기업은 제외하는 식입니다. 구독자 184만명을 지닌 유튜버 '미트 캐빈'이 직접 운용하는 '프라이싱파워 ETF(PP)'는 가격 결정력을 지닌 회사에 투자합니다.

언뜻 이상해 보이는 ETF 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요. 투자전문매체 트랙인사이츠는 "Z세대에게 뱅가드의 ETF는 지루하게 느껴진다"며 "니치마켓(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듯 보이는 ETF 들이 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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