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연금파산 '회색 코뿔소' 무엇으로 막을 수 있을까

입력 2023-02-03 17:28   수정 2023-02-04 00:17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미셸 부커는 어떤 위험의 징조가 지속해서 나타나 사전에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음에도 그 영향을 간과해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을 ‘회색 코뿔소’에 비유했다. 꼭 오늘날 국민연금을 두고 한 말 같다. 국민연금은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에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기금 고갈이 우려되고 있다. 이대로 방치하면 2055년 연금 파산이라는 회색 코뿔소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국민연금은 노후소득 보장과 재정 안정이라는 두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문제는 둘이 상충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43.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15.3%)의 세 배에 달한다. 노인빈곤율 해소가 연금개혁의 목표가 돼야 한다는 주장도 이해는 간다. 그러나 연기금이 고갈되면 제도 자체가 유지되기 어렵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최근 공적연금 개혁 논의가 뜨겁지만 과연 결실을 맺을지 조심스럽다. 모두를 만족시킬 완벽한 개혁은 존재할 수 없다. 시간은 회색 코뿔소의 전진만 더욱 가속시킬 뿐이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그동안 공적연금만이 노후소득을 보장할 수 있다고 집착해 왔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노후자산에는 공적연금뿐만 아니라 퇴직·개인연금, 심지어 주택·농지연금 등도 있다. 2021년 말 현재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은 각각 300조원, 370조원에 이른다. 900조원의 국민연금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초고령사회를 극복하려면 다양한 노후자산을 활용해야 하고 무엇보다 사적연금도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정부도 고령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사적연금에 대해 각종 세제 지원으로 가입을 장려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보험업계도 단기 수익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소비자를 위한 연금수익률 제고, 다양한 상품 개발 등 대승적 차원의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 신뢰를 얻고 사회안전망으로서 기능할 때 보험산업의 성장도 이뤄낼 수 있다.

선진국도 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공적연금을 꾸준히 축소한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다. 대신 강제·준강제, 자동가입 방식의 사적연금을 도입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OECD 국가의 사적연금 가입률은 70.2%(생산가능인구 기준)로 늘었고 노인빈곤율은 15.3%로 낮아졌다. 한국의 사적연금 가입률 17%, 노인빈곤율 43.4%와 비교하면 고무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제 우리는 회색 코뿔소를 막을 무언가를 찾아내야 한다. 연금개혁의 기회가 공수거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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