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힘은 다양성에서 나와…이민자들이 변화 이끌었죠"

입력 2023-02-05 17:52   수정 2023-02-06 00:07


독일 의회는 조만간 시민권 취득 조건을 대폭 완화한 국적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이민자의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독일에서 최소 5년만 거주해도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일이 하이브리드 정체성을 향해가고 있다”며 “시민권 발급 조건을 강화하는 이웃 유럽 국가들과는 정반대 행보”라고 했다.

미하엘 라이펜슈툴 주한 독일대사는 지난 3일 서울 남대문로에 있는 대사관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독일의 힘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데서 나온다”고 밝혔다.

오는 11월 26일은 한국과 독일이 교류한 지 140년이 되는 날이다. 그는 “한국에서 독일로 건너온 광부와 간호사처럼 다양한 나라의 이민자들이 독일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면서 변화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독일의 분위기는 선진국 문턱에 있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올해가 한·독 수교 140주년이다.

“독일에서 한국은 굉장히 인기 있는 나라가 됐다.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으로 대표되는 K팝과 K드라마, K영화 등은 독일 젊은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K문화를 직접 접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 독일 교환학생도 급증하고 있다. 이번 한·독 수교 140주년 관련 행사를 이들과 함께할 계획이다. 또 로봇, 수소, 디지털,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각종 전문 연구 부문에서 정부와 기업 차원의 협력 강화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양국은 한·독 에너지파트너십을 맺었고 이를 통해 녹색수소 등의 분야에서 협력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에 살아보니 어떤가.

“한국에 부임한 2020년 8월은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할 때였다. 한국 정부가 스마트하게 방역 정책을 펼치고 국민이 정부 방침을 잘 따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제 방역 정책이 본격적으로 풀리면서 이곳에 오기 전 들었던 ‘한국의 창의적 역동성’을 제대로 경험하고 있다. 쉬는 날엔 전시회와 갤러리를 가거나 등산을 한다. 서울만큼 중소 규모 갤러리가 많은 도시를 처음 봤다. 작년에 아트바젤과 함께 세계 양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프리즈가 아시아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도쿄도, 상하이도 아닌 서울에서 열린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독일의 다양성을 강조했는데.

“독일의 매력은 다양성에 있다. 우선 사람의 측면에서 보면 현재 독일 국민의 27%가량이 이주 배경을 갖고 있다. 아랍, 아프리카 등에서 이주민들이 건너오면서 독일 문화에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 독일을 방문해 보면 30~40년 전과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지역적으로도 하나의 중심지가 있는 게 아니라 16개 연방주들이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다. 베를린 등 대도시 외에도 중세풍을 간직한 중소 도시를 여행해야 하는 이유다.”

▷독일은 기후 변화 대응에 적극적이다.

“독일 연방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에너지 대란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전환, 즉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것이 우선순위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기후 변화는 인간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인류 전체, 특히 태평양 등의 가난한 섬나라들에 악영향을 끼친다. 장기적 시각에서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독일은 2045년까지, 한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독일과 한국 같은 산업국가의 글로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과 일본은 최근 원자력발전 비중을 높이고 있다.

“독일 정부는 탈원전 의지를 고수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 가동 중단을 올해 4월까지 미루기로 한 것은 겨울철 추위를 대비하기 위한 결정이었을 뿐이다. 독일은 사회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탈원전을 결정했다. 독일이 탈원전을 결정한 것은 옳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라마다 사정에 맞게 기후 정책을 정했다는 점에서 나라별로 알아서 할 문제다.”

▷우크라이나전쟁의 영향은.

“전쟁으로 독일은 많은 도전에 직면한 것이 사실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러시아의 개전 직후 ‘시대 전환’에 관한 연설을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우리는 그걸 극복할 수 있는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제적으로는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이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고 유럽연합(EU)과 주요 7개국(G7) 등을 통해서도 단결하고 있다. EU 내에서는 ‘팀 유럽’이라고 하는 공동체 정신이 이번 위기 속에서 더 강화됐다. 독일이 금기시하던 무기 지원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종전의 조건은.

“이번 전쟁에서 어떤 평화협상을 이룰지는 우크라이나 정부와 국민이 결정해야 할 문제다. 침략국인 러시아가 어떤 형태로든 보상을 받고 전쟁을 종결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 주권국의 영토를 침범하고 공격하는 게 성공해선 절대 안 된다. 유럽은 물론 세계의 평화 질서를 위해서다.”

■ 미하엘 라이펜슈툴 대사 약력

△1964년 출생
△1994~1995년 외무부
△1995~1996년 주유고슬라비아대사관 공관차석
△1996~1999년 주영국대사관
△2002~2005년 주인도대사관
△2009~2012년 주이집트대사관
△2018~2020년 주이스탄불 총영사
△2020년 8월 주이탈리아 대사


김리안/전설리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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