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 랜딩은 최근까지도 기대하기 힘든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고용, 물가 등 미국 경제지표가 긍정적으로 나오면서 최근 전문가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노 랜딩 가능성이 부상한 가장 큰 이유는 미국 노동시장 상황이다. 지난 3일 공개된 미국의 1월 실업률은 3.4%로 1969년 5월 이후 54년 만의 최저치였다. 1월 증가한 비농업 일자리 수는 시장 추정치의 3배인 51만7000개였다. 기술기업을 중심으로 한 해고가 이어지는 와중에도 미국의 일자리는 여전히 충분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견조한 점도 노 랜딩 기대에 불을 지폈다. 마스터카드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소매판매(자동차 제외)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8.8% 늘었다. 상품 지출은 둔화했지만 서비스 지출이 크게 늘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지난달 가구당 신용·직불카드 사용액이 1.7% 늘며 작년 12월 마이너스(-1.4%) 대비 큰 폭의 개선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일부 주의 최저임금 인상 효과 등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경기가 최악의 국면에서 빠져나오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미국의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 평균이 지난달 연 6.27%로 작년 10월 전고점(연 6.9%)보다 0.6%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모기지 금리가 내리면 주택 매수세가 살아날 수 있다.
미국 리서치회사 르네상스매크로의 닐 두타 이코노미스트는 “경기가 호전되고 있다는 현실을 외면하기 힘들다”며 “노 랜딩 시나리오는 이제 현실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노 랜딩 과정에서 물가상승률이 어떻게 될지도 변수다. 통상 성장이 지속되면 인플레이션이 잡히기 힘들어서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제 성장이 가속화할 경우 Fed의 목표인 2% 물가상승률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이 경우 Fed의 긴축 기조 전환은 쉽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금리 인상 폭이 커질 수 있다. 미국 경기가 최종적으로 노 랜딩하기는 힘들어질 수 있다. 엘렌 젠트너 모건스탠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노 랜딩은 소프트 랜딩과 비슷한 개념”이라며 침체 정도가 더 낮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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