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과 실제에 대한 사유…신이호 개인전 '보이스 유어 워드'

입력 2023-02-15 09:43   수정 2023-02-15 10:04

인간은 모든 사물과 사실을 손쉽게 규정한다. 대상에 이름이나 형용사를 붙여 일반화시킨다. 그런데 그 이름이나 형용사가 진정 그 대상의 본질을 반영하지는 못한다. 신이호는 서울 연남동 화인페이퍼 갤러리에서 개막한 개인전 '보이스 유어 워드(voice your word)'에서 사진과 설치 등의 작업을 통해, 겉으로 드러난 것과 진실 혹은 사실 사이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보여준다. 또한 오브제를 찍은 사진이나 설치물로 작가의 세상과 삶에 대한 소망을 이야기한다.
전시장에 들어가면 마주치는 첫 번째 벽면에 작품 세 개가 세로로 걸려있다. 투명한 사각기둥들 위에 둥글고 푸른 뚜껑이 얹혀 있는 형상의 작품 '메이크 어 위시(make a wish)' 연작이다. 제단이나 고인돌 또는 탑을 떠올리게 하는 이 작품들은 관람객들을 다소 당혹스럽게 한다. 그런데 작품 제목의 뜻을 보면, 어슴푸레 작가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소망을 빌어 보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돌과 같은 사물을 쌓으며 소망이 이뤄지길 기원한다. 제사를 지내거나 죽은 사람의 영혼을 위해서도 커다란 돌을 사용한다. 작가는 사물들로 이런 형상을 구현해 사진으로 담았다. 작가의 개인적 소망, 예술가로서의 열망, 이룰 수 없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은 작품이다.
흰 바탕 위 종이로 접은 비둘기를 찍은 사진과 종이비둘기를 펼쳐 탁본을 뜬 것을 함께 보여주는 '해브 유 에버 위시트(have you ever wished)' 연작은 작가의 삶에 대한 사유의 흔적과도 같다. 종이비둘기와 그 종이를 펼쳐 탁본을 뜬 결과물은 본질적으로 같은 사물이다. 그런데 우리는 하나는 새라고 부르고, 또 하나는 전혀 다른 존재로 인식한다. 아무리 영리하고 풍부한 지식을 쌓은 사람도, 둘을 같은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작가는 이런 장면들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보고, 느끼고, 진짜라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사실일까?

'씽킹 오브 유(thinking of you)' 란 제목의 사진들도 그렇다. 황금빛, 은빛, 흰색의 덩어리 형상을 담은 사진 세 장이 나란히 관람객을 맞이한다. 관람자들은 그들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한다. 어떤 이들은 금속 덩어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황금 칠을 했다고 여기는 이도 있다. 일부는 추상 조각 작품이라고 판단한다. 그런데 사진 속 주인공들의 본질은 보는 사람의 예측을 벗어난다. 즉석식품의 상자에 석고를 발라 돌의 형상을 만들고 겉을 칠한 것이다. 타인 또는 외부의 현상에 대한 인간의 선입견과 편견에 대한 작가의 경험을 표현한 것이다. 또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는 본질적으로 사진 속 오브제처럼 한눈에 파악하기 불가능하다는 사유를 담았다.
이 외에도 다채로운 사진과 설치작품들을 통해 작가는 관람자들에게 ‘어느 것이 진짜일까?’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관람객들은 그런 작품들을 보며, 해석하고 추리하며, 작가와 소통하게 된다.
이번 전시에 대해 작가는 “다양한 오브제를 사진으로 찍거나 설치해서, 예술가로서 동시에 인간으로서 쌓아 온 세상과 삶에 대한 고민과 생각들을 표현하려 했다”며 “현실에서 나를 규정하는 것들에 대한 의문, 겉으로 보이는 사물과 현상들이 실제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신씨의 작품들은 3월4일까지 전시된다.

신경훈 디지털자산센터장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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