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 1년째인 오는 24일을 앞두고 러시아의 대공세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러시아군이 전력의 97%를 우크라이나에 투입하고 몰도바에 정찰용 풍선을, 폴란드 접경지에 정찰기를 보낸 정황이 포착됐다.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방위비 지출 목표치를 9년 만에 올리는 방안을 논의했다.
공세 강화로 러시아군의 전력 손실 속도도 빨라졌다. 영국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12일까지 이달 러시아군의 하루 평균 전사자 수는 824명을 기록했다. 개전 직후였던 지난해 2월(1140명) 이후 최고치다. 지난해 6~7월 전선이 고착되며 전사자 수가 100명대에 머물던 상황과 비교하면 러시아의 공세가 뚜렷하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전투에 투입된 러시아군의 추가 인력들은) 훈련도 잘 못 받고 장비도 부족하다”며 “이 때문에 사상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방은 러시아가 오는 봄 대공세에 나설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15일 영국 방송 B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러시아군 전체 전력의 97%가 우크라이나에 진입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13일엔 러시아 정찰기가 전투기 SU-27 2대의 호위를 받으며 폴란드 국경 인근까지 접근하자 네덜란드 국방부가 폴란드에 주둔시켰던 F-35 전투기 2대를 출격시키며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러시아가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풍선도 포착됐다. 15일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가 군사적 목적으로 띄운 것으로 보이는 풍선 6기를 발견해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무인 정찰기 재고가 부족해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을 탐지하고 대공망을 교란하기 위해 풍선을 날렸다는 게 우크라이나 측의 주장이다. 우크라이나 남서부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몰도바도 “기상관측용 풍선 모양을 한 러시아 비행체가 발견됐다”며 14일 영공을 약 1시간 폐쇄했다.
서방은 전쟁 장기화를 대비하는 수순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1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국방장관 회의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수준인 방위비 지출액을 올리는 안건에 대해 논의했다. ‘2%’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을 계기로 NATO 회원국들이 설정했던 방위비 지출 목표치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NATO 사무총장은 “2014년에는 2% 지출 공약이 옳았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더 위험한 세상에 살고 있다”며 “2%를 목표 상한치가 아닌 하한치로 간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회원국은 이번 회의에서 지출 규모를 2.5% 이상까지 올리는 안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선 “지금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월리스 장관도 “전투기를 넘겨주는 건 향후 몇 달이나 몇 년 안에 이뤄질 것”이라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요청했던 전투기 지원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월리스 장관은 “1~2주 안에 비행법을 익힐 순 없다”며 “전쟁 중 우크라이나에 200명의 영국 공군 인력을 배치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