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20일 18:0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대한항공이 미국 호텔 운영법인인 한진인터내셔널에 9343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한다. 대한한공은 100% 자회사인 왕산레저개발과 케이에비에이션에도 수백억원 규모의 출자를 진행하는 등 잇달아 자금 지원에 나서고 있다.
대한항공은 자회사 한진인터내셔널이 주주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20일 밝혔다. 발행 신주는 4억주이며 발행가액은 주당 2336억원이다. 총 유상증자 규모는 약 9343억원이다. 납입일은 오는 28일이다.
한진인터내셔널은 '미국 윌셔그랜드센터 호텔'의 운영 법인으로 대한항공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증자 전액을 책임진다. 이번 증자 규모는 작년 말 기준 대한항공 자기자본(6조8657억원)의 13.6%에 해당한다.
이번 증자로 한진인터내셔널이 확보하는 자금은 대한항공이 그동안 빌려줬던 돈을 상환하는 데 사용된다. 대여금 6억600만 달러와 이자 1억800만 달러를 전액 상환할 예정이다. 해당 대여금의 만기는 오는 3월이다. 대한항공이 한진인터내셔널에 빌려줬던 돈을 회계상 상계하는 셈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한진인터내셔널은 대여금 상환을 토대로 부채비율이 기존 2108%에서 61%로 감소하게 된다"며 "이런 개선된 재무 건전성을 활용해 금융비용 절감 및 경영정상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한진인터내셔널에 유상증자로 자금 지원을 하는 건 2016년 이후 두 번째다. 당시 미국 윌셔그랜드센터 호텔 재개발을 위해 1860억원을 출자했다. 이후에도 한진인터내셔널이 영업에 어려움을 겪자 대한항공은 자금을 빌려주는 것과 동시에 한진인터내셔널의 차입금에 대한 4억 달러 규모의 지급보증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다만 한진인터내셔널의 영업 정상화는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한진인터내셔널은 작년 9월 말까지 1339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2017년 재개발 이후 6년 연속 순손실을 이어왔다. 순손실 규모를 살펴보면 2017년 770억원, 2018년 1072억원, 2019년 1072억원, 2021년 1354억원 등이다.
미국 호텔 업황이 작년부터 업황이 개선되면서 한진인터내셔널의 영업환경도 개선됐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작년 6월 한진인터내셔널의 신용등급을 ‘B2’에서 ‘B1’으로 상향했다. S&P도 8월 한진인터내셔널의 신용등급을 ‘B-’로 유지하면서 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조정했다.
모회사인 대한항공이 하늘길이 열리고 유상증자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한진인터내셔널에 추가 자금을 지원할 수 있게 된 점이 반영됐다. 작년 중반부터 호텔 운영사업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점 등도 등급 상향의 주된 근거로 제시됐다. S&P는 한진인터내셔널의 호텔 객실점유율이 70%대로 회복됐으며 평균 객실 단가 역시 상승한 것으로 평가했다.
한진인터내셔널은 LA 윌셔그랜드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2011년 12월 윌셔그랜드호텔 영업을 종료한 뒤 재개발을 진행해 높이 335m, 총 73층 규모의 호텔 및 오피스 복합 건축물인 윌셔그랜드센터를 2017년 6월 개관해 운영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날 100% 자회사인 왕산레저개발과 케이에비에이션에도 각각 출자를 결정했다. 왕산레저개발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812만주를 406억원에 인수한다. 왕산레저개발은 2011년 설립된 곳으로 인천국제공항 인근에 요트 계류장 '왕산 마리나'를 운영하고 있다. 한진인터내셔널과 왕산레저개발은 대한항공이 코로나19로 유동성 위기를 맞이했던 2020년에 지분 매각을 타진했던 곳이기도 하다.
케이에비에이션에는 독자적 사업 기반 마련을 위해 고정익 항공기 2대와 헬기 사업 일체를 현물 출자한다. 현물출자 규모는 891억원이다. 케이에비에이션은 2021년 12월 설립된 법인으로 항공 신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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