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들의 축제' 된 KT CEO 공모 [이상은의 IT 산책]

입력 2023-02-21 17:06   수정 2023-02-21 17:24


“국민의힘 지역위원장 뽑는 자리냐” “경로당 회장 뽑는가”

지난 20일 공개된 KT의 차기 최고경영자(CEO) 지원자 명단을 보고 KT 직원들이 블라인드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표현은 좀 거칠지만 정치인과 관료, 옛 KT 출신들로 구성된 명단에 대한 솔직한 평가다. 각종 포털사이트 댓글에도 비슷한 내용이 즐비하다.

나름대로 비장한 출사표를 준비해 온 18명의 사외후보들이 듣기에는 좀 서운하겠지만, 공개모집에 응한 지원자들 중에 귀가 번쩍 뜨이는 반가운 이름은 사실 없었다. 지원자 전원의 명단부터 단계별 탈락 여부까지 공개하겠다고 할 때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KT 주변에는 온갖 설(說)이 도는 중이다. 윤 대통령이 낙점한 ‘윤심’이 누구냐는 부분에 모두의 관심이 쏠려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제일 의외의 인물이 될 것 같다”고 했다. “통신업과 아무 관계가 없는 데도 불구하고 과감히 지원한 것은 낙점을 받았기 때문 아니겠느냐”는 이유에서다. 다른 관계자는 “‘윤심’이 예상치 못하게 중도탈락할 경우 마땅한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경선이 무효화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에이, 하고 웃어넘기려다가 ‘진짜일 수 있다’는 생각에 서늘해진다.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했거나 낙선한 인물 등 현 정부 주변의 정치인들이 여럿 지원한 것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나름대로 지원 이유야 있었겠지만 이들이 당선되면 결국 정부가 ‘한 자리 챙겨주는’ 꼴이 된다.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개선한다며 훨씬 더 불투명한 지배구조 속으로 숨어드는 격이다.



사내 후보가 다시 16명이나 추천된 것도 입맛이 쓴 부분이 있다. 사실 좋은 사내 후보가 있었다면 작년 10~12월 이사회가 사내 후보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살펴봤어야 마땅할 일이다. 이제 와서 구 대표보다 좋은 후보가 사실은 숨겨져 있었다고 이사회가 인정하기 쉬울지 의문이다.

KT 내부에는 이미 “벌써 몇 번이나 겪었던 일”이라는 자조적인 분위기가 팽배하다. 그러나 지금은 2023년이다. 2008년, 2013년, 2020년 수장 교체 때 겪었던 나쁜 기억을 이번에도 다시 반복해야 할 필요는 없다.

KT CEO는 ‘누구에게 어떻게 줄을 댈까’가 아니라 인공지능(AI), 디지털 전환(DX) 이런 것을 고민하느라 바빠야 할 자리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실에서 “KT나 포스코와 같은 기업들의 차기 CEO 문제에 전혀 관여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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